국민성장펀드·IMA 자금 대기…코스닥·VC 훈풍 부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기금 규모 1천5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의 연간 투자 계획이 국내주식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재차 부상하고 있다.
◇1천500조 앞둔 국민연금, 국내증시서 존재감↑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전체 기금 자산은 올해 말 1천473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260조 원(21.4%)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규모도 최대 264조 원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4.9%로 맞춰야 하는데,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까지 포함하면 17.9%까지도 가능하다.
가장 최근 공시에 의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을 SAA 허용범위 상단인 17.9%까지 꽉 채운 상황이다.
코스피 상승만으로 국내주식이 SAA 상단을 위협할 경우 기금본부는 전술적자산배분(TAA) 재량을 활용해 19.9% 이내에서 기계적 매도를 막을 수 있지만, 지난 10월에는 TAA를 발동하진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금이 11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천882억 원 순매도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3천979억 원 순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도 SAA만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주식 '비중' 줄어도 '규모' 커진다
내년에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0.5%포인트(P) 추가로 줄어든다.
국민연금은 올해 5월 중장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하면서 내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4%로 정했다. 투자 다변화를 위해 국내주식 비중을 매년 0.5%포인트씩 축소하는 중장기 전략의 연장선이다.
SAA까지 반영한 국내주식 비중 상단도 17.4%로 축소된다.
물론 기금 전체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오히려 늘어날 여지가 있다.
올해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작년보다 0.5%P 작아졌지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작년 말 140조 원에서 올해 10월 말 255조4천억 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기금 규모가 같은 기간 1천213조 원에서 1천428조 원으로 불어난 영향이다.
국민연금 기금 증가 속도는 내년부터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이뤄지면서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기금 설치 이후 평균 운용수익률인 6.82%를 웃도는 성과를 낼 경우, SAA 상단이 17.9%에서 17.4%로 낮아지더라도, 국내주식은 약 10조 원 이상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만큼 성과를 낸다면 기금 규모가 1천768조 원까지 커지면서 국내주식 확대 여력도 44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NPS 매도 압력 여전…내년 유일한 카드는 'SAA 확대'
다만 국내증시가 올해처럼 다른 자산군 대비 폭발적인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국민연금은 다시 국내주식 매도 압력에 노출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지금보다 더 매수할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금본부가 재량으로 TAA를 발동하거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SAA 허용범위 확대 또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이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자체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이 국내증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결과는 내년 5월 예정된 중장기자산배분안 의결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이때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결정이 나온다면, 연금개혁과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해 중장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내주식 투자 비율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분명하다면, 변화한 경제 환경을 반영해 자산 배분 원칙이나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내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4%로 낮춘 기존 계획 자체는 유지된다. 내년 5월에는 2027~2031년과 2027년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결정하는 의결이 예정돼 있어, 원칙적으로 내년 자산군별 목표비중은 수정될 수 없다.
내년 당장 국내주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싶다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수단은 SAA 허용범위 조정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국내주식 SAA 허용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국내주식이 홀로 독주해 매도 압력이 커진다면, 현 구조에서는 SAA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TAA는 기금본부 성과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현재의 인력과 연구역량으로는 적극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훈풍, 코스닥까지
국민연금발 자금 유입이 코스닥 시장까지 확산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당국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기금운용평가에 활용되는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초 '2026년 기금운용평가지침'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듯 연기금의 매매 흐름에서도 변화가 포착됐다. 연기금은 이달 코스닥 시장에서 3천764억 원 순매수하며, 코스피(928억 원)보다 4배 넘게 담았다.
바이오·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하면서, 정책 자금이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역시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평가다. IMA는 조달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해당 비율은 내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VC까지 번지는 기대감
연기금과 정책 자금이 코스닥으로 향할 경우, 벤처캐피탈(VC) 시장에도 온기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벤처투자를 비롯한 상장 벤처투자사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상장된 20개 벤처투자사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 22일 종가 기준 70.3%로, 코스피 수익률에 근접했고 코스닥 상승률은 크게 웃돌았다.
정부의 코스닥 혁신 방안에서 기술특례상장 확대와 VC 투자 시 공모 규제 리스크 완화가 제시된 점이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는 코스닥을 단순한 성장주 시장이 아니라, 모험자본의 회수 시장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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