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시장의 통화 및 재정 당국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세 가지 난관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1일 오전 기준 달러-엔 환율은 156.40엔 근처에서 거래됐다. 이달 BOJ가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치인 0.75%로 인상했음에도 엔저(달러-엔 상승)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당국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첫 번째 난관은 BOJ의 금리 결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뜻을 밝히고 있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BOJ가 경기 위축을 경계해 당분간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 인식이 확산하면, 엔화 가치는 더욱 빠르게 추락할 수 있다.
엔저 흐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당국의 외환 개입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주 "최근 엔화 움직임은 투기적"이라며 "과도한 엔화 변동에 '자유 재량권'(free hand)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난관은 재검토되는 재정 규율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재정 규율에 대한 지표를 재검토하겠다고 표명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가와 지방의 기초적 재정 수지(PB)를 단년도에 흑자를 내는 목표를 제시해왔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단년도가 아닌 수년 단위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PB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가 제시될 수도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채무 잔액 비율을 중시하고 있어, 이것이 대체 지표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재정 규율에 대한 기준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키워 엔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카이치 정권이 내년 여름까지 마련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일명 '호네부토(骨太) 방침' 또한 난관으로 지목된다.
호네부토 방침에 적극적인 재정 정책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도한 재정 투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의 표 차이는 국회의원 표로만 따지면 불과 4표 차이였다. 고이즈미를 지지했던 절반 가까운 인원 중에는 재정 규율을 중시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재정 정책을 둘러싼 당내 균열이 심해지면, 본래 기반이 취약한 다카이치 정권에는 리스크가 된다"며 "시장이 납득할 만한 성장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대로 된 경제 성장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본 엔화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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