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작년 말 달러-원 환율 상승 국면에서도 국민연금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달러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투자 목표 달성을 위한 달러화 수요가 상당했는데 국민연금 투자전략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5일 국민연금이 최근 공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531조6천910억원, 투자 비중은 37.2%로 확인됐다.
2026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2025년 말 해외주식 예상 보유 규모는 약 462조원, 투자 비중은 35.9%인데 이미 이를 크게 상회한다.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주식을 더 매수할 필요는 없게 됐지만, 해외채권은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사들여야 했다.
작년 10월 말 기준 해외채권 투자 규모는 98조6천760억원으로 작년 말 예상치인 103조777억원 대비 약 4조4천억원 부족하다.
투자 비중도 6.9%로 연말 목표치인 8.0%를 밑돈다.
지난해 11~12월에 추가로 투자해야 했던 해외채권 규모를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30억4천만달러 이상이다.
매달 15억달러어치를 사들여야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해외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체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도 달러화가 필요하므로 실제 수요는 그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원 환율이 1,430원선을 넘어선 뒤 1,400원 후반대로 꾸준히 오르는 기간에 국민연금은 달러화를 계속 매수해야 했다.
국민 노후 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당연하지만 현재와 같은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달리 커졌으며 향후 해외자산 매각 국면에서의 환율 쏠림도 예상돼서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투자 성과 착시 현상도 문제로 꼽힌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계적인 해외투자가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짚으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외환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연금의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며 "현 상태가 지속한다면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월 고환율 국면에서의 상황을 정확하게 지목한 것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연금이 워낙 규모도 커졌고 외환시장의 큰 손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옵티멀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지금보다는 헤지를 더 많이 하고 해외에 나가는 것도 조금 줄여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할 것 같다"며 "환 헤지를 제로로 하는 것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시계가 크면 클수록 수익률을 고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환 오픈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재량적으로, 혹은 정해진 요건을 충족했을 때 전술적·전략적 환 헤지를 가동한다.
지난해 말 고환율 상황이 지속하자 전략적 환 헤지를 재개했는데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사는 동시에 환 헤지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목적과 기간이 다르지만 이처럼 동일 환율 레벨에서 매수와 환 헤지를 병행하는 것은 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꾸려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총재는 "문제의식 하에 최근 복지부가 전략적 환 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꾸렸고,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뉴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큰 진전이라 생각한다. 조만간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ywshi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