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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확보 시나리오

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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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의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을 붕괴시키며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월가에선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에 재진입하는 시나리오들을 따져보는 가운데 트럼프가 원하는대로 쉽게 일이 풀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마두로 축출 후 베네수엘라 군중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약 3천억배럴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하에서 석유 인프라에 대한 관리 부실과 미국의 제재 등으로 산유량은 현재 하루 약 100만배럴에 불과하다. 전 세계 공급의 1% 미만 수준이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석유회사들이 투입돼 베네수엘라의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베네수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면 석유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팔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월가에서 가장 유력하게 보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운영권을 일시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직접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고칠 것이고 나중에 대가를 돌려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투자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이후 석유 판매 수익을 보전받는 생산 분배 계약이나 석유 담보 투자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실제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미국 정유회사 쉐브런(NYS:CVX)이 실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쉐브런은 PDVSA와 합작 투자 형태로 하루 2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쉐브런은 PDVSA로부터 받을 비용을 현물 원유로 보전받는 형태로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두로 축출 이후 미국 정부는 '쉐브런 모델'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PDVSA를 운영하면서 메이저 미국 석유회사들과 합작 투자 형태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라이스대학교의 프란시스코 모날디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은 "베네수엘라가 하루 400만배럴까지 증산하려면 약 10년 동안 약 1천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제법이 트럼프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국제법상 점령군이 타국의 자원을 일방적으로 취득해서는 안 된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매튜 왁스먼 법학 교수는 "(국제법상) 점령 군사국은 다른 국가의 자원을 빼앗아 스스로를 부유하게 만들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당하게 자원을 보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제법과 자국법상 위법 논란이 컸음에도 마두로를 빠르게 제거했다. 하지만 차후 베네수엘라 재건 계획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국제법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 수립에 관여한 뒤 그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협력을 요청받아 석유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즉, 새로운 베네수엘라 과도정부가 PDVSA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미국 측 인사를 배치하는 한편 미국 및 다국적 석유회사들과 합작사를 세우는 그림이다.

하지만 마두로를 축출했다고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부, 국민들이 즉각 미국 편으로 돌아서진 않는다는 게 문제다. 미군 주도로 정권이 교체된 만큼 반미 성향 무장 세력이나 구정권의 잔당이 테러 형식으로 반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으로선 반미 세력이 주요 유전과 정유 시설 지역에서 시설 파손 등의 사보타주를 일으키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정치적 안정과 치안 확보 없이는 아무리 메이저 정유사들이라도 쉽게 거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권이 바뀌면 외국 정유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국유화한 사례가 많았던 점도 불안 요소다. 앞서 우고 차베스 정권과 마두로 정권은 일방적으로 외국 정유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산을 몰수한 바 있다.

미국으로선 친미 정권과 석유법 개정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이 석유에 대한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외국 기업에 석유에 대한 이권을 과도하게 넘기면 정치적 반발이 예상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난관이다.

중국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 약 687억달러 이상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91% 이상은 차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가로 중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매일 10만~15만배럴의 원유를 부채 상환 차원에서 받기로 했다. 작년 기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의 약 70~80%가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이 계획대로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을 장악하면 중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는 마두로 축출 직후 "중국은 그대로 석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이 받아야 할 미상환 부채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CSIS의 라이언 C. 버그 미주 프로그램 총괄은 "이번 작전은 최근 수십년간 베네수엘라에 600억달러 넘게 지원해 온 중국의 베네수엘라 및 서반구 내 역할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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