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새해 시장 변수 가운데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꼽힌다.
미 연방대법원이 무효화 판결을 내리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속 의회의 초당적 견제 등으로 조치가 되돌려질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판결 임박…구두변론에선 대체로 회의적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판결은 늦어도 2026년 상반기 중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관세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 1월에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연방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트럼프 관세가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속 심리 요청을 받아들여 9월에 사건을 정식 회부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 쟁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했는지 여부다. 또 이미 징수된 관세의 처리 방식(환급 여부·범위)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나는 우리가 승소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진행한 첫 구두변론에선 보수 우위 대법원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대법원 구두변론 이후 외신들은 행정부에 불리한 기류를 감지했다.
CNN은 "대법관 대다수가 무분별한 관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대법관을 포함한 주요 보수 성향 대법관들에게 깊은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대법관들의 회의적인 태도를 근거로 행정부 패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클라크 패커드 연구원은 "권력 분립 원칙을 근거로 대통령이 이처럼 많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관세를 순수한 세금으로 본다면 그 세율을 정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 해리티지재단의 앤드류 헤일 선임 연구원은 "백악관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며 "이건 기정사실로, 대법원은 IEEPA를 통한 관세 부과를 기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측이 대체 관세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진 만큼 관세가 다른 형태로 지속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종 위법 판결이 내려질 경우 미 행정부는 '플랜B'로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적자에 대응하는 통상법 제122조, 상대국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법 제338조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토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 위헌으로 판결된다고 해서 이 나라의 오랜 악몽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행정부는 IEEPA 대신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대체 법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 레임덕 시 의회 반기 가능성
현재 미국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경제 정책이 선거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간선거 패배 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맞닥뜨리면서, 의회가 관세를 포함한 트럼프 정책들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수입으로 가계당 2천 달러 수표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화당 내부에선 국가 부채 해결이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등 이미 정책 저항이 시작됐다고 풀이된다.
이보다 앞선 2025년 4월에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에 가세해 캐나다 관세 부과를 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당시 일부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2025 무역검토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엔 대통령이 관세를 새로 도입하거나 관세율을 높일 때 그 이유와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새 관세 도입 시 의회가 60일 안에 승인하는 양원 결의를 채택하지 않으면 효력이 중단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관세 무효화 시 재정 공백·환급 소송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을 인정할 경우 기존 관세 조치는 즉각 효력을 잃거나 축소될 수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들이 유지되면 향후 10년간 약 2조7천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법원이 일부 또는 전부를 무효화할 경우 관세 수입은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관세가 불법으로 판결되면 재정 적자 감소 효과가 2조5천억 달러에서 7천억 달러로 급감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관세 무효화 시 대규모 환급을 위한 소송전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관세 전액 환급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코스트코는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하더라도 수입업자들이 법적 조치를 해두지 않으면 자동 환급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소송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혼란 불가피…국채·달러에 타격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대법원 결정이 미국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금리, 달러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관세 무효화 시 채권과 달러엔 약세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WS아메리카의 조지 카트람본 채권 책임자는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금리는 전반적으로 되돌림, 즉 상승할 것"이라며 "행정부가 대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를 환급하는 데 어떤 메커니즘이 사용될지, 어떤 시한(데드라인)이 적용될지, 그 과정에서 추가 국채 발행이 필요하게 될지 여부에 대해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관세 무효화에 대한 채권시장 우려를 반영하듯, 대법원 구두변론 직후 미국 국채는 금리가 상승(가격은 하락)했다.
BNP파리바는 2026 전망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관세 조치를 위헌이라고 판결할 경우 달러화가 즉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주요 수입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재정 적자가 지속할 것이란 시장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다뤘다.
다만 일각에선 관세 무효화와 그에 뒤따르는 환급이 경제 성장률이나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들의 관세 비용 부담 완화와 이미 납부된 관세 환급으로 인한 현금 유입, 가계 소비 여력 확대 등이 기업 이익 마진을 개선할 것이란 분석이다.
ING는 "관세에 대한 판결이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해당 관세는 환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예상치 못한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웰스파고의 오성권 전략가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세전이익은 2026년에 현재 수준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mjlee@yna.co.kr
이민재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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