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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우의 컴온웰스] 다시 어른거리는 트럼프의 그림자

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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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

연초부터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국은 '확고한 결의'라는 이름의 한밤 급습으로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아내를 체포했고 미국으로 압송했다. 명분은 독재와 마약, 미국 자산 탈취였다.

명분이 합당하더라도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하룻밤 사이에 끌고 가 자국 구치소에 수감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결국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된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2차 공격을 하겠다며 베네수엘라를 위협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 사람들이 죽기 시작하면 강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그야말로 '독재자'로 번역되는 스트롱맨(strongman)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매번 발을 뺀다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조롱받던 과거를 떨쳐내려는 듯 그는 백악관 공식 SNS에 비속어가 들어간 '까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의미의 'FAFO'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하며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이 전광석화처럼 끝났지만, 국제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기엔 충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그리 격렬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해방의 날'을 다시 떠올리게 할만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사건인 셈이다.

깊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자 일단 안전 통화로 분류되는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고 달러-원 환율 역시 달러화 강세를 타고 위로 향했다. 지난해 10월 말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자취를 감췄던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가 다시 서울외환시장에 어른거리는 모습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대응에 따라 판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국제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고, 러시아는 규탄과 함께 마두로 부부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즉각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대국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예상치 못한 국제 문제가 터질 경우에는 지난해 관세전쟁이 한창이던 때처럼 하루하루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SNS에 적은 한 문장의 글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생각이 있었겠냐마는 그의 날갯짓은 태평양을 건너면서 태풍이 되어 한반도를 덮치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밖의 일이겠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발(發) 변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에 관한 스토리다.

최근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까지 1년에 금리를 25bp씩만 낮추는 매우 느리고 신중한 금리 인하 경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길 바라면서 자신의 보폭에 발걸음을 맞출 인물을 차기 의장으로 선택하기 일보 직전이다.

외환시장은 이런 상황을 유심히 살피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연동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원 환율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리는 만무하지만, 결국엔 그의 영향권 하에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의사 결정에 환율이 쥐락펴락, 위아래 어디로든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베네수엘라 습격 사건은 우리에게 올해도 모든 일이 생각대로, 그리고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교훈을 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불확실성의 아이콘이 버젓이 활동하는 한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보인다. 올해도 시장 참가자들은 방심하지 않아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 같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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