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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발 신뢰 붕괴, 해법은 '디스커버리'로 향하나(종합)

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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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 발표 후 주가 16%↓…늑장 공시·정보 공백

美 디스커버리, 기업 내부 판단 입증 가능

답변하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보유한 증거 자료를 소송 과정에서 제출하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증거 중심의 사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6일 쿠팡 사태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은 상법 개정 후속 조치로 집단소송 및 증거개시제도(Discovery) 도입이 시급함을 일깨워줬다"면서 "증거개시제도가 없으니 회사가 자료를 숨겨도 제재받지 않는다. 이를 강제할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란 영미법계에서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관련 증거를 요구·공개할 수 있게 하는 절차다. 국내 민사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이 피해나 손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어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지난 11월 이후 쿠팡 주가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쿠팡이 3천300만 명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1월 28일부터 이날까지 쿠팡의 주가는 주당 28.16달러에서 23.53달러로 16% 이상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유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한달 가량 지난 지난 달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뒤늦게 공시하며 비판을 받았다.

쿠팡은 사고 이후 관련해 지난 29일에도 추가 공시를 했는데, 해당 내용에도 쿠팡의 자체 조사 및 고객보상안 내용만이 포함됐다. 이 회장은 "경찰 본사 압수수색, 특별세무조사 등 정부와의 대치 관계, 국회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 불참 등 주주 입장에서의 중대한 리스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증거 개시 제도가 선진 거버넌스 및 법체계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주나 이해관계자가 이의 제기를 하거나 소송을 진행해 증거를 요청해도 회사는 기록을 남기지 않고 증거가 없다고 하거나 무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증거와 기록을 남기는 방향으로 내부 경영진과 이사회 풍경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美 디스커버리, 기업 내부 판단 들여다본다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를 활용한 소송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피해 원고측은 기업에 고의성이나 중대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쿠팡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협력 로펌 SJKP LLP는 지난 달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미국 본사가 보안·리스크 투자에 관한 핵심 권한을 행사해왔다는 점을 밝혀내며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송을 담당하는 손동후 SJKP 변호사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기업 내부에서 실제로 어떤 인식과 판단, 대응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손 변호사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연방민사소송규칙(FRCP)에 따라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에 상대방이 보유하거나 지배·통제하고 있는 정보 전반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이미 존재가 확인된 문서에 국한하지 않고 청구나 항변과 관련되고 사건의 중요성에 비례하는 한 전자정보를 포함한 정보의 범주 자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제도적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요청 대상은 사고 전후의 내부 보안 보고 자료, 관련 부서 및 임원 간 이메일·메신저 커뮤니케이션, 서버 접근 및 보안 로그, 사고 대응 매뉴얼과 실제 조치 내역부터 현지 본사의 이사회 회의록과 같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자료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법안 발의…다각도 검토 필요

국내에서도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사고를 계기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0명은 지난 31일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을 포함한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원고단체는 가해 대기업 내 편재하는 불법행위 등 책임의 존부와 피해 채무액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들에 대해 자료보전명령과 전문가 사실조사, 관련 증인들에 대해서 법정 외에서 당사자(법률대리인)에 의한 증인신문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해킹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 차원에서 디스커버리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나 다각도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관측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달 쿠팡 사태 관련 분쟁조정 참여자 모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묶은 이른바 '쿠팡 방지 3법' 도입을 촉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현재는 피해자가 유출 정황과 규모 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한계에 있어 최소한 기업이 내부 자료를 제시할 수 있게 해 원인 규명이나 책임 균형을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제도가 도입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김 사무처장은 "현재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입증 책임을 넘기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남겼다.

제도 도입에 대해 제도 남용 우려 및 기업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두드러져 이에 따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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