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증권 "은 시장, 전형적인 '붐-버스트' 구간 진입…변동성 확대 주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지난해 은(Silver) 가격이 140% 넘게 폭등하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대형 은행의 파생상품 손실 루머가 확산하는 등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가 급하게 증거금 인상에 나서는 등 2011년 폭등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은 가격은 지난해 초 온스당 29달러에서 시작해 연말 70달러로 마감하며 연간 140% 이상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12월 하순에는 장중 82달러대까지 치솟으며 한 달 만에 50% 이상 급등했다.
그는 최근의 은 가격 급등세가 과거 1980년 헌트 형제 사태와 2011년 버블 시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은 선물 증거금을 4차례나 잇달아 인상했다. 유지 증거금은 기존 1만5천 달러에서 3만2천500달러로 두 배 이상 상향 조정됐다.
시장의 이목을 끄는 것은 가격 급등 배경에 깔린 루머들이다.
지난달 말, 미국 대형은행 중 한 곳이 은 파생상품 매도 포지션으로 인해 대규모 마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퍼졌다고 전했다.
홍 연구원은 이 위기설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문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은 실물 보유자인 JP모건이 있다. JP모건은 2008년 파산 위기에 몰린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인수했는데, 당시 베어스턴스는 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막대한 규모의 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수와 함께 이 거대한 매도 포지션을 떠안게 된 JP모건은 가격이 상승할 경우 발생할 손실을 막기 위해(헤지), 2011년 이후 실물 은을 대거 사들여 쌓아두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JP모건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COMEX 전체 은 재고의 50% 이상을 보유해 왔다.
문제는 그 이후다. JP모건은 지난 2020년 귀금속 시장에서 허위 주문을 통해 시세를 조종하는 '스푸핑(Spoofing)' 혐의로 9억2천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보고서는 JP모건이 이후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매도 포지션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넘겼다는 가설을 소개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JP모건이 포지션을 넘기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실물 은을 BofA에 리스해 주는 방식을 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의 은 가격 폭등으로 인해, JP모건으로부터 매도 포지션을 넘겨받은 BofA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평가 손실을 입었고 이것이 '미국 대형 은행 부도설'의 실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는 1월 말까지 미국 은행이 부도날 것이라는 베팅 확률이 한때 70%까지 치솟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향후 은 가격 전망에 대해 "은 시장은 이미 '붐-버스트(Boom-Bust)' 사이클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가격이 온스당 100달러로 치솟아도, 혹은 50달러로 반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소문대로 미국 대형은행이 은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처했다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이 최근 핵심 광물로 지정되는 등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졌고, 투기 수요가 ETF 현물 매수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달리 붐 사이클을 길어지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LS증권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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