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재가동 소식이 달러-원 환율의 급락을 이끌었지만, 올들어서는 환헤지 작동 여부에 대한 모호성이 더 커지면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와 함께 국민연금의 전술적·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달러-원 환율의 방향이 아랫쪽으로 더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속적인 결제 수요와 해외 투자용 환전 수요로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작년 말 1,480원대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위협하던 달러-원은 당국의 강한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가동으로 1,420원대 후반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달러-원은 오름세로 방향을 틀어 재차 1,440원대 위로 올라섰다.
다만 여전히 시장을 억누르는 강한 개입 경계감에 추가 상승은 제한되면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4거래일간 달러-원은 정규장에서 1,450원선 아래까지 상승한 뒤 오름폭을 소폭 줄이고, 야간 연장거래에서 재차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지금껏 1,450원대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하는 레벨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초에도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하자,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해 환율이 1,350원대까지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환차익을 확보하며 조기에 전략적 환헤지를 마무리했다.
최근의 경우 탄탄한 결제 수요 속 1,450원 부근에서는 연금 물량이 부분적으로 유입돼 상단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규모 환헤지에 따른 추세적 하락을 기대했던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A은행 외환딜러는 "연금을 믿고 숏을 쳤는데, 환율이 되레 상승해 고통받았다"며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시스템에 맞춰 지속해야 하는데, 한 번 하고 이제 안 하니 다시 환율이 말아올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에 40원 정도 내렸으니 다시 올리나 싶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연금의 차익 실현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꼬집었다.
B은행 딜러 역시 "환율이 더 빠지려면 연금의 환헤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야 할 텐데, 현재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1,450원 부근에서 상단을 막는 느낌은 있지만 지난번처럼 대놓고 40원씩 내리는 장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단을 막기 위한 약간의 미세조정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작년 연말만큼의 물량은 아닌 것 같다"고 관측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지난달과 같은 대규모 전략적 환헤지가 발동될 시점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빅이벤트' 결과를 확인해야 연금도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이달 말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등 이벤트에서 달러 약세 추세가 명확해질 경우 환헤지도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모호성 때문에 물량이 언제, 어느 정도로 들어오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연금 입장에서 실패 확률을 낮추려면 환율이 확실히 높은 구간에서 헤지를 걸어야 유리할 것"이라며 진단했다.
이어 "이번 주부터 이벤트가 너무 많다 보니, 이를 대기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고용이 확연히 꺾이고, 물가상승률이 낮게 발표되는 등 글로벌 달러가 크게 약세로 가는 시그널이 확인돼야 연금 측에서도 확실히 환헤지에 들어가면서 환율도 내려갈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국민연금이 연말에는 기존 운용 기준을 바탕으로 환헤지를 할 여지가 있었겠지만, 올해 들어서는 벤치마크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조정하며 전략적 환헤지를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국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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