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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욱의 파노라마] 美 리스크 프리미엄이 쌓여간다

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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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한때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대가로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나라에서 자국 이익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 주말 있었던 베네수엘라 습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66개 국제기구 탈퇴 서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지위 변화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다자주의의 완벽한 폐기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31개의 유엔(UN) 산하 기구 및 35개의 비(非) UN 국제기구로부터 미국의 탈퇴를 명시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불균형하고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더해 수십 개의 국제기구에서 동시에 발을 빼기로 한 셈이다. 이는 미국이 더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평판'이나 '도덕적 명분'을 관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두 번째는 더욱더 노골화되는 패권주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직접 체포하고 그 석유 자원을 미국식 거래 시스템 안에 묶어버렸다. 이는 과거 파나마 침공 때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자원 패권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세 번째는 미국이란 나라의 신뢰성 문제다. 이제 동맹국들은 '미국이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속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우게 됐고, 미국에 대한 신뢰는 불확실성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미국의 지위 변화는 단순히 감정의 영역이 아닌 원자재 시장의 수치화된 비용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이 누적되어 하나의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지정학적 충돌에도 미국이 개입하면 상황이 종료된다는 믿음이 원자재 가격 상방을 제한했지만, 이제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주체가 되어 시장의 상수가 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단순히 지정학적 위험의 반영을 넘어서서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보험료 성격이 짙어졌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원자재에 반영되는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과 미국의 국가 부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CDS 프리미엄은 5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당시인 58bp의 절반에 해당하는 29bp에 머물고 있다. 미국이 자국 이익에 몰두하는 것은 국가 채무를 이행하는 능력을 해치지 않는다고 시장은 바라보는 셈이다.

앞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사례에서 보듯, 자국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보유한 지역에 대해 매우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당장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그린란드와 관련해 덴마크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매입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이런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이 더는 '효율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와 '직접적인 통제'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이 국제기구에서 이탈하면서 세계는 더욱더 파편화되고 무역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과 중국, 중동 등 세계 국가들은 미국을 배제하고 새로운 블록을 형성하거나 각자 자기방어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은 원자재 가격의 구조적 상수로 편입됐다. 유가와 금, 은, 구리 등의 가격 변동은 미국의 세계 지위 변화라는 큰 맥락 속에서 더욱더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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