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다음주 금융지주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하는 가운데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운영 중인 금융지주에 제동을 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회장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구조가 단독 사내이사에서 비롯된 것인지 폭넓게 살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 서클"이라고 저격한 것과 맞물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등이 모두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연임 성공' 우리·BNK금융 이례적 '1인 체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첫 회의를 여는 지배구조 개선 TF에서 국내 금융지주별 이사회 구성과 관련 규정에 대해 우선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 선임 절차 및 전문성 강화가 핵심 의제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1인 사내이사 체제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만큼 사내이사 구성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합적 정합성 원칙에서 볼 때 이사회 내 사내이사 구성도 큰 범위 안에서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며 "기본적인 구성 조합이 적정한가 따져보는 차원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면 개선 방안에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가운데 회장 1인 사내이사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지주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진옥동 회장과 함께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임원에 올라가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024년부터 이승열·강성묵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3인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농협금융지주도 황종연 지주 부사장과 박흥식 전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이 각각 사내이사와 비상임이사로 이찬우 회장과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후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취임 당시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 이후 와해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힘을 한곳으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차원이었으나, 임기가 끝나도록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도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상정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빈대인 BNK금융 회장, 황병우 IM금융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모두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경영진으로는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다.
◇회장 지배력 강화 수단 악용 우려…"권한 분산 필요"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는 금융당국이 꼬집은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
바꿔 말하면 지주 회장이 경영진으로는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으로, 회장 지배력 강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하게 되면 이러한 권력이 분산된다. 지배구조 불안정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되지만, 회장 입장에선 차기 그룹 회장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유력 후보를 만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가 사내이사로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결정 사항일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2014년 'KB 사태' 이후 경영 공백 등 지배구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복수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임영록 KB금융 전 회장은 2013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장직을 없애고 국민은행장을 등기이사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이듬해 임 전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유고 상태가 되면서 사내이사가 없어 법원이 직무대행 승인을 급하게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1인 사내이사는 신속한 경영공백 대응 문제뿐 아니라, 사외이사들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막고 경영승계·책임 분산에 한계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에서 비판하는 제왕적 권력 구조를 키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사회 내 내부 영향력을 회장으로 집중시켜 사외이사의 '참호 구축'을 쉽게 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을 확정한 뒤 당시 김병호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으로 구성된 복수 사내이사 체제를 단독 체제로 변경한 것을 두고 권력 분산을 권고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는 내부 영향력을 최소화해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라며 "책임경영 강화와 승계 구도 마련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많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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