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자본시장 대변혁] 코스피 5000의 트리거…자사주 소각 넘어 M&A 선진화로

26.01.09.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새해 들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4,500선에 안착하자 증권가의 시선은 이제 꿈의 숫자 5,000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로드맵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제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자사주(자기주식) 의무 소각과 차기 과제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쏠리고 있다.

◇EPS 3% 개선보다 큰 신뢰의 회복…멀티플 상향의 열쇠

9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제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이 가져올 정량적 효과보다 정성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전체 시가총액의 약 3.13%)를 전량 소각할 경우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은 약 3.23% 개선되는 데 그친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이익(EPS)이 아닌 멀티플에 있다. 그간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은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인 백기사로 활용하거나 인적분할 시 자녀 승계를 위한 마법의 지팡이로 악용해왔다는 점에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의무 소각은 주주의 돈인 회사 자산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쓰이는 자사주의 마법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부여하는 멀티플 자체를 상향(리레이팅)시키는 핵심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착시와 반쪽 상법 개정…거버넌스 개혁 멈출 수 없는 이유

최근 코스피가 4,500선까지 올라왔지만 "정책 효과보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댄 착시"라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견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이클이 꺾일 때다. 2027년 이후 반도체 업황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취약한 거버넌스 구조를 가진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다시 급락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이 "지수가 오를 때가 오히려 거버넌스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더욱이 앞서 통과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1차 개정)가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점도 추가 개혁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개정 상법이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켰지만 정작 주주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권이나 유지청구권(가처분) 등 핵심 소송 조항은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는 생겼으나 이를 강제할 수단이 미비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태광산업 사례 등에서 "관련 조문에 주주의 손해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수주주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부재와 입증 책임 문제도 시급한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에서 보듯,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액주주가 이사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가 거래의 공정성을 증명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영권 프리미엄 대주주 전유물 아냐"…M&A 선진화로 마침표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후의 추가 입법 과제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꼽는다.

현재 한국 M&A 시장에서는 인수자가 지배주주의 지분(경영권)만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이는 방식이 통용된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받지 못한 채 대주주가 바뀐 기업의 주식을 헐값에 보유하게 되거나 주가 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반면 영국 EU 등 금융 선진국은 일정 지분 이상을 인수할 경우 잔여 지분 전체를 동일한 가격에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 역시 최근 이 제도를 통해 개인 투자자가 M&A 과정에서 대주주와 동등한 이익을 거두는 사례가 나오며 밸류업 정책의 모범 답안으로 꼽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국만 유독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어야 대주주가 매각 차익을 위해서라도 평소에 배당을 늘리고 주가를 부양할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인포맥스

kslee2@yna.co.kr

이규선

이규선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