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5.10.28 ondol@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위원회가 12일부터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15개 금융 유관기관과 산하 공공기관 수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보고와 협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지만, 이 원장의 불참을 놓고 감독당국 안팎에선 금융위와 금감원 간 권력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성장금융,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보험개발원, 금융결제원 등 7곳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이어 13일 오후에는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산하 공공기관 8곳 수장들로부터 올해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날 진행되는 유관기관 업무보고에는 금감원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보험개발원 등 주요 금융 유관기관 수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의 큰 방향을 공유하는 공식 석상인 만큼, 관례적으로 기관장급 참석이 원칙처럼 여겨져 왔다.
다만 이후 조율 과정에서 금감원은 최종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이미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주요 현안을 충분히 설명했고, 금융위원장과도 정례회의와 주례회의 등을 통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형식적인 보고 자리에 참석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번 불참을 단순한 일정 조정이나 행정 효율성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정권 출범 이후 이 원장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실세 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금융위 주재 행사에 굳이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될 만큼 금감원의 위상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식상으로는 협조 차원의 업무보고지만 이 원장 입장에선 굳이 금융위 주재 무대에 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금융위의 산하 조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는 그동안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감독·검사는 금감원이 맡는 이원화 구조로 운용돼 왔다.
다만 금감원은 법적으로 독립된 감독기구가 아닌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체계에 놓여 있어, 제도 설계와 집행 사이의 위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금융위를 '상위 정책당국', 금감원을 '집행기관'으로 인식하는 관성이 굳어져 왔다.
이번 불참은 이런 관행적 인식에 균열을 내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금융위가 주도하는 공식 행사에서 금감원장이 빠진 것은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감독 체계 내 권력 구도의 재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업무보고가 생중계 형식으로도 진행되고 주요 유관기관 수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찬진 원장의 불참이 더욱 눈길을 끈다.
다른 금융당국 한 관계자도 "형식과 의전을 중시하는 관료사회에서 이런 불참은 메시지가 없을 수 없다"며 "정권 초반 감독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힐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감독체계의 법적 구조와 현실 권력 사이의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불참이 향후 두 기관의 관계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독립성 강화를 꾸준히 언급해온 상황에서 이번 불참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며 "금융위와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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