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역별 법인세 차등화가 지방기업뿐 아니라 지방 저축은행을 살리는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실적 부진 속에 지방 저축은행의 실적 하락은 더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다올·DB·신한·하나·JT친애)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천2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그 외 6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순익 합산은 절반 수준인 약 573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적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공통점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을 주 영업권으로 가진다는 점이다. 서울과 경기권의 대형 저축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이나 기존 기업대출 풀을 활용해 수익을 방어하고 있다.
반면, 경남권(부산·울산·경남)처럼 지방을 단일 영업구역으로 가지는 IBK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1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전년 동기(-3억원) 대비 손실이 악화했다.
지방 저축은행은 인수·합병(M&A)이 작년 몇 건 진행됐지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진 않다.
영업권이 한정됐다는 측면에서 지방 저축은행을 매력적인 매물로 보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는 안이 의결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가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 요인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저축은행은 권역이 한정되고 신사업 승인도 어려운 데다 각종 규제로 운영상 제약도 많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을 수가 없다"며 "현재 수도권 영업 위주의 저축은행도 적자가 나는 마당에 지방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은 저축은행의 혁신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이달 발간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기존의 지역 기반 영업 모델을 현대화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업무범위 제한 등으로 경영역량 축적과 혁신 기반을 확립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제도는 ▲ 서울 ▲ 인천·경기 ▲ 부산·울산·경남 ▲ 대구·경북·강원 ▲ 대전·세종·충남·충북 ▲ 광주·전남·전북·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비수도권의 경제 규모(47%)와 인구 비중(49%) 대비 저축은행 여신의 비수도권 비중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함께 영업구역으로 보유한 13개 저축은행의 여신 중 수도권 비중은 75%가 넘는다.
영업구역 규제와 인가 중심의 규제 구조가 저축은행 전반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중심의 소형 저축은행은 시장 규모는 제한되는데 규제 준수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지방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지역금융의 불균형이 커지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
앞서 저축은행 권역 규제는 지역 금융공백이 발생할 수 있단 정책적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하며 마련됐다.
저축은행 외 금융권에선 비대면과 온라인 영업이 확산하면서 이젠 사실상 정책 목적이 상실됐다. 지역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더 나아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보다 영업 기회를 누리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용대출이나 소액대출의 비대면 채널 완화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서민금융의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저축은행은 지난해 신용대출 영업이 사실상 막히게 되면서 기업대출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지역 기반 기업의 대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지역별로 법인세를 차등화하는 방법도 활성화 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지방주도 균형성장을 위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함) 산단 내 창업 기업에 소득·법인세를 10년간 100% 면제하는 안이 담겼다.
특히 '지역별 법인세 차등화'도 정책 검토안 중 하나다. 지역별로 법인세가 차등화되면 지역으로 주요 법인이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지방 기업금융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이 살아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에 유력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을 유치해 여·수신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다면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며 "지방에 파격적인 법인세 등 세금 인하 조치가 잇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내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대표적인 기업 이전 사례다.
한때 서유럽 내에서 최빈국 중 하나로 여겨지던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12.5~15%)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오히려 세수 증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10년 사이 아일랜드의 법인세 수입은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으로 법인 이전이 본격화되면 지방금융의 활성화도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인세만으론 수도권 격차의 대세를 뒤바꾸기 어려울 수 있기에 당국 차원에서 신사업 등 향후 저축은행업권의 방향성을 다시 고심해야 할 때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출처: 연합인포맥스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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