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999년 6월 29일, 미래창업투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24억원을 투자한다. 무료 이메일 '한메일'로 가입자가 폭증하던 시기, 다음은 코스닥 등록을 준비 중이었다. 미래창투는 다음 주식 40만주를 주당 6천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상장 절차를 차근차근 밟은 다음은 같은 해 11월 9일 코스닥에 입성했다. 미국 나스닥을 중심으로 인터넷·첨단주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 상장 이후 주가는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등록 당시 1만원이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10배로 뛰었다.
매도 주문은 자취를 감췄고 매수 잔량만 쌓였다. 1999년 마지막 거래일, 다음의 종가는 38만6천500원. 새롬기술을 제치고 코스닥의 '새 황제주'로 등극했다. 액면가 500원인 다음 주가를 대부분의 주식이 채택하던 5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86만5천원. 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틀어 SK텔레콤 다음으로 비싼 주식이 됐다.
미래창투는 이 과정에서 보유지분 대부분을 주당 20만원대에 매도하며 불과 6개월도 안 돼 1천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뒀다. 수익률은 4천%. 창투사의 조기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정부의 코스닥 안정대책 시행 이전에 투자한 덕분에 규제의 그물도 피해 갔다. 이후 닷컴버블이 꺼지며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주 주가는 급락했다.
이 '경이로운 투자'는 오늘날 미래에셋증권의 출발점이 됐다. 미래창투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전신이고, 회사를 이끌던 이는 막 창업주로 변신한 30대 박현주 사장이었다. 성장성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은 박현주의 아이디어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 선물 숏포지션으로 수십억원을 벌고, 연 30%대까지 치솟았던 금리 국면에서 전 재산을 채권에 베팅했던 박 사장은 다음 투자로 또 한 번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다만 앞선 두 번이 '스팟성 베팅'이었다면, 다음 투자는 저평가 기업 발굴이라는 미래에셋 투자철학의 서막이었다.
미래창투와 투자자문, 파이낸스 등 계열사를 거느린 박 사장은 당시 금감위로부터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까지 받아둔 상태였다. 결국 다음 투자는 미래에셋이 증권업이라는 금융의 정중앙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적립식펀드 열풍을 주도한 선진국형 뮤추얼펀드를 발판 삼아 미래에셋증권은 2006년 2월 상장에 나섰다. 일반청약에만 5조8천억원이 몰리며 1999년 KT&G 이후 최대 청약 기록을 세웠다. '미래에셋 1.0' 시대의 정점이었다.
대우증권 인수를 거친 '미래에셋 2.0' 시대, 1997년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한 미래에셋은 1천조원 자산을 굴리는 금융그룹이 됐다.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2035년 운용자산 7천조원도 가시권이다. 대우증권을 품은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압도적 1위 증권사가 됐음에도 주가는 오랫동안 IPO 당시 열기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17년 동안 주가로만 봤을 때 요원했던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다. 장기간 8천원 아래에 머물던 주가는 신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대와 코스피 사상 최고치가 맞물리며 1만원을 돌파하더니 탄력을 받아 단기간에 2만원을 돌파했다. 증권업 전반의 온기로는 더 오르기 힘들다는 시각이 제기되던 때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가 구체화하면서 미래에셋증권만의 투자 스토리가 부각됐다. 3주 만에 주가는 40% 뛰어 3만원마저 뚫었고, PBR 1.1배로 경쟁사 대비 30%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이 또한 과거의 다음처럼 가능성을 본 투자에서 출발했다. 미래에셋이 스페이스X를 포함한 X생태계에 투자하기 시작한 시기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혁신기업 투자가 위축됐던 2022년이었다.
증권을 중심으로 계열사와 일반투자자가 참여한 투자펀드 2천억원을 포함해 그룹 차원의 스페이스X 투자금액은 4천억원 수준이다. 머스크의 트위터(X) 인수자금 3천억원, Xai 투자까지 더하면 일론 머스크가 X생태계에 투입된 자금은 9천억원에 달한다.
박현주 회장은 스페이스X, 테슬라, X, Xai를 각각의 기업이 아닌 하나의 인프라로 본다. 스페이스X가 우주항공과 지상을 잇는 통신·운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테슬라는 도로 위의 이동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X는 사람들의 일상과 정보를 잇고, Xai는 데이터들을 엮는다. 'X머니'로 개발 중인 결제와 트레이딩 시스템이 합쳐지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SNS는 소통 공간을 넘어 금융을 포함한 일상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X생태계가 결국 금융의 작동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고, 이는 미래에셋도 참고할 부분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가와 자산의 분류를 넘어 전 세계 전통자산, 디지털 자산을 묶는 '미래에셋 3.0'이 추진하는 글로벌 디지털 월렛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비상장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8천억달러 안팎으로 평가된다. 상장 시 몸값은 1조5천억~2조달러가 거론되는데, 얼마나 더 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에셋으로서는 그룹 자산가치를 흔들 태풍의 눈을 이미 여럿 품에 안고 있다. 미래에셋은 단기간 엑시트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켜볼 예정이고, 스페이스X를 계기로 더 많은 고객을 투자로 이끄는 새로운 비히클을 만들 계획이다.
초창기 다음 투자가 그랬듯 미래에셋의 스페이스X 투자는 가능성을 읽고 과감히 투자한 뒤 그 결실을 자본 배치로 연결해 그룹 구조를 바꾸는 성장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미래에셋다움'에 미래에셋을 보는 시장의 눈이 달라졌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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