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발행어음 사업자가 4곳에서 7곳으로 늘어나면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발행어음 신규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상품을 내놓는 올해 하우스별 발행어음 운용조직과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작년까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4곳이었던 발행어음 사업자가 7곳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 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이 추가로 인가를 받으면서다.
금융위원회가 발행어음 사업자를 늘린 이유는 생산적금융 때문이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며 25% 이상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한다.
◇인수금융과 스타트업 등에 자금 활용
문제는 수익을 남길 운용전략이다. 업계 대표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년 만기 법인 상품을 기준으로 연 2.90%의 수익률을 약속하는데, 이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을 거둬야 순이자마진을 남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부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해온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행어음 운용부터 심사·리스크관리·투자은행(IB) 등 여러 본부가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1.5배 수준으로 공격적으로 발행어음을 활용한 결과 20조 원까지 그 규모를 불렸다.
한국투자증권은 강점인 인수금융시장에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PEF) 등에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은 이자와 만기가 분명한 데다 일반적인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발행어음 사업과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하반기 인수금융시장에서 대형거래 금리는 5~6%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에 더해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받으며 내부에서 굴릴 수 있는 자금이 크게 늘었기에 셀다운(재판매) 부담없이 보다 공격적으로 인수금융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인수금융 물량을 셀다운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소화하고 있다"며 "셀다운 물량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키움증권은 인프라자산 등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대학교의 기술지주회사와 협업할 계획이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일반상품 기준으로 1%라는 순이자마진을 목표로 발행어음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발행어음 한도를 모두 소진할 경우 연간 운용수익을 약 1천200억 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첫해부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금액의 의무 운용한도(10%) 웃도는 35%를 모험자본에 투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쌓아온 스타트업 투자 노하우를 믿은 결정으로 해석된다.
하나증권은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자금공급을 이어갈 계획이다. 성장 단계인 중소기업에는 지분투자 중심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중견기업에는 회사채 인수 등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이사가 직접 챙기는 발행어음운용
발행어음 조직 편제도 중요하다. 증권업계는 발행어음 운용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는 등 해당 업무에 힘을 주는 분위기다.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KB증권 등이 발행어음 조직을 대표이사가 직접 관리하는 사례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전담 조직인 종합금융운용부를, 하나증권과 KB증권은 종합운용본부 등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했다.
발행어음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운영하는 것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리스크관리 필요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내부 고위 관계자가 책무를 가지고 책임경영에 나서는 모습이다. 또한 직속 체제는 보고와 의사결정이 신속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발행어음 사업을 새롭게 인가받은 증권사의 경우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전담 조직을 기존 투자은행 부문에서 떼어낸 사례도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IB1사업부 내 신디케이이션본부에서 수행하던 발행어음 업무를 운용사업부로 이관하고, 전략운용본부 산하에 발행어음운용부를 신설했다. 발행어음 운용과 IB 기능을 분리해 더 체계적인 운용과 위험관리에 초점을 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도 트레이딩사업부 아래 발행어음을 담당하는 조직을 편제했다. 증권사 내부적으로 발행어음운용 조직과 IB와의 이해충돌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구성한 모양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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