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26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본격화한다. 글로벌시장에서 테더(USDT)와 서클(USDC) 등 달러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수단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정부와 입법 당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금융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누가 발행 주도권을 잡을지를 놓고부터 기관 및 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금 요건 등 발행사가 어떤 조건으로 발행할지에서부터 발행 주체에 대한 규율과 통화 안정성 확보 등 정책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인포맥스는 원화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이슈가 본격화한 새해를 맞아 주요 논의와 쟁점을 살펴보고 금융 안정과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윤구 기자 = 한국판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차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로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은행 중심의 지배구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성 저해와 글로벌 스탠더드 부적합을 이유로 비은행권의 폭넓은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조율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리는 사안인 만큼,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 정부, 은행 중심 컨소시엄부터 우선 허용…금산분리 원칙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20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 1분기 중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확정해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앞서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주요 쟁점에 대한 조율 방안'을 기초로 내용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누가 발행할 수 있느냐'다.
조율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지분 50%+1주 이상 보유)부터 우선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 도입 초기에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 자격을 주고 단계적으로 핀테크 등 기술기업으로 발행인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러한 방침에는 금산분리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예금과 유사한 성격을 띠며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금융권(산업자본)이 발행 주도권을 쥘 경우 사실상 '내로우 뱅킹(대출을 뺀 은행업무)'을 허용하는 꼴이 된다는 우려다. 비은행 기업이 화폐 발행과 지급결제를 독점하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리고 통화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위는 첫 출발은 '안정성'과 '신뢰'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은행 중심 발행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기업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도록 지위를 인정하고 향후 기술기업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발행 인가는 금융위와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이 속한 관계 기관 협의체를 통해 총발행량 등을 논의하며 발행인의 최소 자기자본은 전자화폐 발행업 수준인 50억원가량이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디지털 금융 혁신의 도전 :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쟁점과 바람직한 제도적 체계'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희용 사무총장의 말을 듣고 있다. 2025.9.30 pdj6635@yna.co.kr
◇ 발행 주체 놓고 갈등 지속…입법화 난항 예상
다만, 이러한 정부안은 여당 내 반대 기류로 인해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정부의 '은행 51% 룰'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며 민간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비판한다. TF 측은 현실적으로 특정 영역에서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갖는 구조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는 사실상 핀테크·ICT 기업을 은행의 기술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테더(USDT)나 서클(USDC)처럼 자본시장 기반의 혁신 모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준비금 예치 의무와 50억원 이상의 발행사 자본금 요건을 엄격히 규제하되, 발행 주체 자체는 비은행권에도 열어줘야 한다는 '개방형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TF 소속 의원들은 민병덕, 안도걸, 이강일, 김현정 의원 등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법안을 통합한 민주당 자체안을 내놓기로 하고 초안 마련에 돌입했다.
당 차원에서 별도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일부 기술기업에도 허용하는 등 정부안과 상충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날 정책 콘퍼런스를 갖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2단계 입법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견해차가 큰 상황으로 법안 처리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정부안이 최종 확정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혁신과 안정·균형 사이에서 해(解)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균형을 잡고 제도를 만들겠다는 기본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신중한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관련해 정부의 조율안이 민주당과 업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라면서 "정부안과 의원안이 병합 심사하는 과정에서 조율에 난항이 예상돼 입법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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