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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년] '아름다운 단어' 관세에 '후덜덜'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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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1주년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만큼이나 2기의 첫 1년 역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재료들을 무수히 쏟아냈습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사업가답게 관세를 레버리지로 주요 무역상대국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얻어내는 한편 표심을 얻기 위한 경제 성적표 관리에도 매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면 외교 문법도 가뿐히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예상을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금융시장은 적응하기 바쁜 1년을 보냈습니다. 트럼프 2기의 1년을 돌아보고 남은 임기동안의 변수를 가늠해보는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취임하자마자 구체화했다. 관세 도입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미국 내 일자리와 부를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치켜세우면서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적극 활용했다.

◇ 관세 압박 드라이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과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들어 다각도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놨다.

4월 2일 '해방의 날'엔 그간 있던 관세 조치 중 가장 광범위한 10% 보편관세를 도입했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자 인도산 수입품에 책정된 기존 상호관세에 2차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때부터 적극 활용한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계속 거론하면서 2기에서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를 확대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있다.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부흥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155% 수준까지 인상하겠다고 위협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하겠다고 맞서는 등 미중 무역갈등이 증폭됐다.

이후 협상을 통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펜타닐 문제 해결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관세 일부를 인하하며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 기대 효과는 글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정부의 재정 수입을 늘려 미국 경제의 부흥을 도울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결과는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의 상품수지 누적 적자는 9천78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천62억원 늘었다.

상품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 기업들이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사재기에 나서면서 급등했다가 4월에 급락했지만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관세 부과가 적자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관세 수입은 작년 4~9월 사이 월평균 250억달러로 작년 동기 평균치인 66억달러보다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징수된 개인 소득세(2조4천억달러)에 훨씬 못 미쳐 '관세가 늘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란 미 정부의 주장은 실현되긴 어렵다.

트럼프 2기의 1년동안 제조업 일자리는 5만4천여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관세 탓에 원자재와 부품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고용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했던 이유로 상호관세를 꼽으며 '해방의 날' 이후 고용이 전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가는 3%대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학자들은 미국 제조사들이 관세 부과 전에 확보해둔 재고가 바닥나고 도소매 업체와 새 공급 협상을 시작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가격연구소(Pricing Lab)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세가 소매가격을 5%포인트(p)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관세 무효화 땐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로 쏠린다.

대법원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비상사태이고, 이에 따라 각국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그동안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 소송의 첫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베팅 사이트들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소송에서 이길 확률을 20%대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무효화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관세 환급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률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고 하겠으나 종전처럼 무제한 무차별적 관세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관세 철폐가 2029년까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0.4%포인트(P)씩 낮출 것으로 봤다.

이 기관의 대니얼 하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양자 무역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국 행정부가 '해방의 날'로부터 1년 뒤 2024년 말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부담을 낮추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가 베테랑인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회장은 "백악관이 관세 부과라는 카드로 10조달러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확보했다"며 "이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자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펠릭스 틴텔노트 듀크대 교수도 "관세를 철폐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더 많이 확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이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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