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끊임없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격했다. 미 법무부가 최근 파월 의장에 대해 형사 기소까지 추진하며 중앙은행 독립성은 어느 때보다 취약해진 상황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14일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통령과 연준 의장이 갈등이 사상 최악의 수준까지 치달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법무부는 파월 의장을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해 형사 기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파월 의장이 이 사실을 직접 공개하면서 백악관과 연준의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로 줄곧 기준금리가 1%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월 의장은 트럼프 2기 기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는 데 그치며 현재 3.5~3.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너무 늦은 자'(Mr. Too late)라고 비판했고, 한때 '해고'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 후임을 물색하는 과정에서는 파월 의장에 대해 '멍청하다'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축출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쿡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해임한다고 발표했지만, 쿡 이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직권 남용이나 직무 유기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연준 위원을 해임할 수 있다. 법원은 이달 말 쿡 이사 사건에 대한 변론을 청취할 예정이다.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가 조기 사퇴한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미국 입법부는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경제적 상황에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연준이 대통령의 간섭 없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대신에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과 건전한 노동 시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만약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장기 금리 상승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자극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TD코웬 워싱턴리서치 그룹의 재럿 사이버그 애널리스트는 "우려되는 것은 시장이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연준의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기울인 다른 노력들을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브렛 하우스 경제학 교수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은 향후 몇 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와 더 높은 변동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의미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상임 이사 겸 공동 설립자인 마사 김벨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쌓여가며 일어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단 그 믿음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대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이자 경제학자인 아서 번스를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면서 연준 독립성이 장악된 바 있다"며 "이는 이후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의 토대가 됐다"고 돌아봤다.
닉슨 전 대통령은 지난 197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번스 의장에게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는 1970년대 내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은 1980년 약 15%로 정점을 찍었다. 이런 물가 상승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였다.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겠지만, 그것이 당시 고물가의 핵심 원인이자 출발점 중의 하나였다"며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게 바로 그 길"이라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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