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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년] 지정학 우려 재점화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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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출범 1주년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6년 새해 들어서자마자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를 상대로 에너지·자원 야욕을 드러내면서 지정학적 우려를 재점화했다.

◇ 베네수엘라 공습…에너지 패권·中 견제

미국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했다.

1기 재임 시절부터 마두로 정권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집권 후 군사 작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권 교체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평가다.

미 행정부는 작전 명분으로 '안보 위협 제거' 등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석유 자원을 통제하고 사실상 현지 시장 독점권을 가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됐다.

그 일환으로 미 행정부는 현재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운영권과 지분을 미국 측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 재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국 국민의 세금이 아닌 석유 기업 자본으로 충당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으로 주요 석유 기업 경영진들을 대거 소집했다. 셰브런,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와 여러 소규모 독립 석유 회사,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이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에 총 '1천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독려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표했지만, 투자 결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법과 상업적 제도, 틀을 보면 투자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여러분은 베네수엘라가 아닌 우리(미국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은 완전한 안전과 철저한 보안을 보장받게 된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가 이렇게 (군사·경제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했을 것"이라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 해프닝 그친 '그린란드 인수'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도 강조하며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그린란드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해프닝으로 치부됐던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2기 들어 공식 국가 안보 및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지난해 말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을 이웃으로 두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덴마크를 향해 "쉬운 방법으로 거래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어려운 방법을 쓸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강제력 동원과 지배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린란드 인수 추진은 북극권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와 우라늄을 미국이 선점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풀이된다.

그린란드 남부의 크바네펠드 광산은 희토류와 우라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고 알려진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광산의 개발 주도권을 쥐어 특히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인수 계획이 강행될 경우 미국과 덴마크·유럽연합(EU)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덴마크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가 침공당할 경우 덴마크 군인들은 상급자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발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지 않고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란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대폭 증강하거나, 그린란드 희귀 광물을 미국에 공급하는 방안 등이 그 사례다.

◇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안전자산 선호↑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시장이 개발되면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입장에선 가격 관리 능력이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 정유시설로 즉각 투입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JP모건은 "정치적 전환이 이뤄지고 2년 이내에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0만~140만 배럴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투자와 주요 제도 개혁이 이뤄진다면 향후 10년 동안 생산량은 하루 250만 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는 채권 강세를 점쳤다. 미국의 개입이 주로 베네수엘라 국채와 PDVSA 공사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시장이 부채 구조조정과 회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이를 시세에 반영함에 따라 최대 5%포인트(p)의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치마크 금리 대비 스프레드(차이)가 축소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스파고는 "미국에 의한 마두로의 축출이 글로벌 내지는 라틴아메리카 금융시장이나 국제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웰스파고는 "베네수엘라 국가 및 PDVSA 발행 채권은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성과가 좋은 자산 중 하나였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가치가 거의 두 배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대부분의 신흥시장 자산이 랠리를 보인 가운데 베네수엘라 자산의 초과 달성 정도는 잠재적인 정권교체 시나리오에 대한 시장의 커져 가는 신뢰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가격은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역대 최고가를 재차 넘어섰다.

싱가포르 기반 OCBC은행의 바수 메논 투자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례 없는 조치는 세계 질서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며 "이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강세를 예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새해 들어 달러지수가 강세를 연출했다.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배력 강화가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에 깔렸다고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자원 공급망 재편 시도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분쟁이 베네수엘라 주변국 석유 또는 암모니아 기반 시설로 확산돼 비료와 식량 가격 상승을 초래하면, 이는 또 다른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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