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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년] 오락가락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통제범위 확대될 듯"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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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을 이어갔다.

다만, 1기에서의 전면적 통제와 달리 수출통제 정책을 여러 번 번복하며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정책적 예측 가능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등 수출 통제 제품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 변덕스러운 2기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협상 수단으로 활용

지난해 1월 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대한 정책을 번복했다.

지난해 4월에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반도체 H20의 수출을 금지했다가 7월에는 이를 뒤집었다. 이후 8월에는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매출의 25%를 연방 정부와 나누기로 합의한 이후 수출을 허가해줬다. 중국 당국은 이르면 올해 1분기 내 엔비디아의 H200 수입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공유를 조건으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허가한 경우는 처음으로, 이 정책은 미국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반도체의 조건부 중국 수출을 허용한 조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며 일부 의원들은 H200을 포함한 반도체 수출을 30개월 동안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반도체설계 자동화(EDA) 생산업체는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와 시놉시스, 지멘스로, 이들은 중국 EDA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다만, 두 달 후인 지난해 7월에 트럼프 정부는 이 규제를 해제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8월에는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중단했다. VEU는 일정한 보안 조건만 충족하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예외적 지위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고강도 수출 통제 조치를 일부 완화하며 건별 허가 대신 1년 단위로 장비 반입을 승인하는 연간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트럼프 정부 2기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 기조는 1기 때와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이었던 2018년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기 위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와 스마트폰 기업 ZTE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등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강경한 수출 금지 정책이었다.

이런 기조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며, 규제는 더욱 강화했다. 2022년에는 미국과 우방국을 구분해 사실상 미국 동맹국 18곳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 AI 반도체 수출에 대해 복잡한 제한과 허가 요건을 부여하는 VEU 체제를 확립했다.

트럼프 2기부터 수출 통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의 예측성이 떨어지고, 기업들의 혼란이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보기술&혁신 재단(ITIF)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들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쓰이기 위한 것인지 연방정부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아니면 미국의 반도체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비영리단체 저스트 세큐리티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수출통제가 미국의 기술 우위 유지라는 목적 아래에서는 정책적 타당성이 있지만, 전략적 레버지리로 활용될 때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우려했다.

◇ 美의 수출통제 범위, 설계·SW로 확대 전망…中기술자립 서두를 듯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며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수출정책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기술패권과 AI 경쟁이 미국 안보와 전략에 있어 중요한 만큼 AI 반도체와 첨단 논리·메모리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첨단 논리와 메모리 칩, 첨단 고성능(AO) 컴퓨터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중국의 경쟁 역량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수출 통제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범위가 설계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독자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단순 칩 통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중국이 외국의 설계와 EDA를 활용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것까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은 향후에도 수출 통제 대상을 전통적인 제조 장비뿐 아니라 포장과 설계, 소프트웨어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수출 통제로 중국이 미국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중국의 기술 자립은 장기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향후 5개년 계획으로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 가속화를 설정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를 계기로 자국 업체들에 엔비디아와 경쟁할 칩을 개발할 것을 압박해 왔다. 알리바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기술 대기업들은 성능과 유지보수 용이성 때문에 엔비디아 제품을 선호하지만, 기본적인 AI 기능에는 자국 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술 자립 전략이 AI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며 중국 반도체 기업 기가디바이스와 무어스레드, 비런테크 등이 잇따라 상장했다.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불리는 쿤룬신도 곧 상장 예정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 기업 주가도 상승세다. 올해 SMIC는 약 4% 상승했고, 화훙반도체는 같은 기간 20% 넘게 올랐다.

딜로이트는 "엄격한 수출 규제로 중국의 최첨단 AI 칩 접근이 제한되면서, 중국은 국내 반도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특히, 7나노미터와 5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에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은 민감한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지속할 것이며, 중국은 이를 우회하고, 자체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통제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전략적 기술 자립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PwC는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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