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美 투자 속도…현지 공장 세워 관세 대응
물량 재배치·생산지 이전 검토…대체 시장 확보 '열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고율 관세'가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 외 생산에 대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제각각이어서, 이를 고려해 글로벌 생산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美 공장 짓게 하려 '당근' 아닌 '채찍'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드라이브를 걸어온 관세 정책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이끌었다.
공급망 재편을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시절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특히 방법에 있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이를 보였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기 위해서는 '당근(보조금)'이 아닌 '채찍(고관세)'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만든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과 관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반도체 관세'를 거론하며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국내기업, 美에 1천500억 달러 투자
이에 기업들은 미국 공장 건설 등 현지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생산-현지 소비 체제를 갖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작년 8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국내 기업을 대표해 1천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로부터 투자 로드맵을 취합해 마련한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2025.8.26 hihong@yna.co.kr
현재 삼성전자[005930]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약 53조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시설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반도체 후공장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제철[004020]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270만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건설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 확대 등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생산량은 지난해 80만대 수준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100만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 회피 골몰…저관세 지역 생산 확대·대체 시장 물색
관세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기지 최적화에도 팔을 걷었다. 상호관세율이 낮은 국가 내 생산을 늘리고, 미국 외 대체 수출 시장을 찾는 게 골자다.
한국과 미국, 멕시코, 캐나다, 동남아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가전, 자동차, 배터리, 부품 기업 등은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지별 물량 조절과 공장 이전 등을 검토했다.
[출처: 연합뉴스 그래픽]
대표적으로 LG전자[066570]는 전 세계에 갖추고 있는 12곳의 생산 기지를 탄력적으로 활용하겠단 전략을 짰다. 관세 인상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와 미국 내 생산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스윙 생산(탄력적 물량 조절)'을 검토한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만들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냉장고와 TV를, 베트남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직후 주요 경영진과 함께 멕시코로 넘어가 미 관세에 따른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과 자동차업계는 대체 시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지역별 자동차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비중이 낮아지고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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