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경제 고문은 인공지능(AI) 중심의 미국 증시 강세장이 올해 장애물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엘-에리언은 13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2026 전망:재조정'에서 "AI가 지난해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지만, 올해는 시장과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불안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엘 에리언은 지난해 증시는 AI라는 단일 서사의 힘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는 AI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과도한 기대가 미해결 질문들을 가려버렸지만, 올해는 AI 서사만으로 다른 불확실성을 압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불안요인으로 경제 불평등 심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AI거품에 대한 우려 등을 꼽았다.
◇ 심화하는 경제 불평등
엘-에리언은 미국 내 양극화가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증시 강세장을 뒤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엘-에리언은 AI와 로보틱스 등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성장률과 고용 창출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AI로 인해 미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엘-에리언은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K자형을 보이고 있어 주거비와 생활비 문제가 정치적·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정책적 영향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주택과 에너지 정책에서도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지시했으며, 베네수엘라 유전 재건을 통해 유가를 50달러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지정학적 긴장 고조
엘-에리언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점 역시 증시에 큰 불안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국제 정책 조정의 반복적 실패는 다자주의가 뒷전으로 밀렸음을 보여준다"며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엘-에리언은 "전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경제 활동을 지탱해 온 전통적 요인들은 점점 국가 안보 문제, 지정학적 갈등, 국내 정치적 계산에 의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고 말했다.
엘-에리언은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지정학적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은 다층적 시범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콜롬비아와 이란, 쿠바 등 다른 작은 국가들의 도전을 억제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게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로 자국 영향권을 강화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AI거품에 대한 우려
엘-에리언은 AI가 가져올 이익이 시장에 과도하게 선반영되고 있다는 우려 역시 AI 투자심리를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무차별적이고, 대규모로 자금을 끌어들였던 동물적 본능은 거품에 대한 두려움으로 점 점 억제될 것"이라며 "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더욱 선별적인 접근을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AI를 '합리적인 거품(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하며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손실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엘-에리언은 과거 금리 상승 국면에서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붕괴 위험을 강하게 주장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경기침체나 주가 전망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여러 불안 신호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