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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섭의 공간] 서울 아파트는 늘 비싸다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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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아파트는 항상 비쌌다는 명제는 오래된 농담처럼 잊힐 만하면 회자된다. 지난해 서울지역 민간아파트의 국민평형(84㎡) 분양가가 19억원을 넘은 시점에서 이제는 연봉 1억원의 직장인도 19년을 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헤드라인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는 비싸다는 평가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1990년대 초 모든 신문이 '살인적 집값'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강남 평당 1천만원 시대'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눈에 띈다. 당시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서울 집값에 30%의 거품이 끼어 있다'며 상투를 잡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곳저곳에서 집값이 비싸다는 아우성이 빗발치자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분당과 일산을 포함한 1기 신도시에 29만2천호라는 유례없는 아파트 공급 폭탄을 투하했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폭탄에 아파트값은 꺾일 수 있다는 심리를 잠시 만족하게 했을 뿐 이내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되자 이들 지역을 필두로 한 상승 흐름이 고개를 든 것이다. 핵심지로의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분당은 크게 하락하는 일 없이 오히려 판교 등을 중심으로 상승 지역이 주변으로 확대됐다.

[출처:연합인포맥스 인포그래픽]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어떨까. 은행들이 보고서 형태로 주기적으로 내놓는 설문조사 결과는 집값이 고점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근거를 뒷받침한다.

집값이 급등하기 직전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많은 사람이 집을 사려는데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24년에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3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응답자들의 집값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20·30세대의 50.5%가 올해 집값이 고점이라고 봤다. 또 향후 집을 살 계획이 있는 20·30세대의 76.5%는 2년 후에나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를 기준으로 2년 후면 2025년 하반기다. 집값이 고점이라고 생각해 부동산 매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40대 이상에서는 그나마 집값이 고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저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비슷했다. 대부분 사람의 예상과 달리 집값은 지난 1년간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폭등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연봉이 1억원이 넘으면 서울의 이른바 '상급지'를 본격적으로 꿈꾼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단순히 적용할 때 현재 우리나라에는 139만명(2023년 귀속연도 기준)의 억대 연봉자가 상급지 진입을 대기하고 있거나 이미 살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을 합쳐 고작 40만호뿐인 아파트 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이 진행 중이다. 공급 폭탄이 없으면 이러한 숫자의 간극은 좁혀질 수 없다.

최근 대출이 막혀 제대로 된 선택을 못 하는 사람들의 서러움이 더 커져 보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대출을 통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막혔을 뿐 아니라 이제는 1년 전보다 소위 1~2급지 낮은 급지라 평가받는 지역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어나고 있다.

[출처:연합인포맥스 인포그래픽]

다시 신한은행이 설문조사를 했던 2년 전쯤으로 돌아가 보자. 대출 여건이 지금보다 나았을 때로 돌아가면 과감하게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집값은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실거주할 집 한 채를 마련하는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신년 첫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아파트 공급이 빵 찍어내듯이 바로바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이는 대출을 막아 수요를 줄이는 정책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집은 누구나 인정하는 양질의 아파트다. 현재도 공실이 많은 임대주택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통망을 잘 갖춘 양질의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중장기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연봉 1억을 초과하는 고소득층은 연평균 10만명씩 늘어났다.(산업부 차장)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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