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팩트시트 '대미 투자 펀드가 외환시장 불안 야기해서 안돼' 의식
일부서는 현 달러-원 환율 '美 불편한 레벨' 평가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미국이 한국 원화를 '콕' 집어 구두 개입에 나서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외환시장 불안으로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과 미국은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펀드를 집행할 때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1,450원이 넘는 현재의 달러-원 환율 수준은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레벨'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Readout)에서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 D.C.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회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이들의 논의에서는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다뤄졌으며,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는 또 "베센트 장관은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주요국의 통화를 지목하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일본의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의 경우에도 구윤철 부총리와 똑같이 베선트 장관을 만났지만, 베선트 장관은 이와 같은 개입을 단행하지 않았다.
사쓰키 재무상이 본인의 입으로 지난 12일 "지난 9일에도 일방적인 엔저가 진행되는 국면이 있어 매우 우려했다고 전달했고 베선트 장관도 이런 인식을 공유했다"라고 말한 게 끝이다.
한국은 '특별 대우'를 한 셈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1,476원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은 1,470원 선을 단숨에 하향 돌파, 장중 1,462.00원까지 굴러떨어졌다. 보도자료 한 장에 10원 넘게 급락했다.
미 재무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배경에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꼽힌다.
이번 재무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베선트 장관은 한미 무역협정을 두고 "완전하고 충실하게 이행(full and faithful implementation)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의 공동 발표 자료(팩트 시트)를 보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소제목에 "양국은 양해 각서(MOU)상 공약이 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적혀 있다.
달러-원 환율 변동성으로 한국의 외화보유액이 지난해 12월 기준 7개월 만에 감소한 가운데,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로 단행된다면 한국의 외환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달러-원 환율 수준, 변동성 하에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단행되지 않아도 미국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치적이기도 한 '한국으로부터 3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레드라인'을 정해준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대미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현재의 달러-원 환율 수준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다.
외환시장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끝마다 관세 덕분에 18조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보면 더 그럴 것"이라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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