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증권가 CEO 비공식 회동서 상품 경쟁력·세제 관련 논의
개별종목 레버리지·펀드 분배금 분리과세 등 거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 이탈이 그치지 않으면서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규제 빗장 풀기'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그간 국내에는 없고 해외 시장에만 존재해 자금 이탈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3배 추종 ETF 등의 도입 여부가 핵심 검토 대상으로 부상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주요 증권사·운용사 CEO 비공식 간담회에서는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유인책들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는 ▲고수익 상품 라인업 부재 ▲펀드 과세 역차별 ▲국내 증시를 통한 자산 형성 지원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2배에만 4조원…국내에는 왜 이런 상품 없나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상품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지수를 추종하는 ±2배 레버리지 ETF만 상장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테슬라, 엔비디아 등 특정 종목의 일일 등락률을 2배, 3배 추종하는 ETF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상품 규제 차이가 자금 유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테슬라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TSLL' ETF의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은 약 4조원(27억 1천240만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인 'NVDL'에도 약 1조 원(6억 7천485만 달러)이 묶여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 보관금액은 5조 1천72억 원으로 전체 해외주식 보관금액 9위를 차지했으며 반도체 지수 3배 상품인 'SOXL' 규모도 4조 원에 달한다.
심지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면서도 더 높은 변동성을 얻기 위해 홍콩 증시를 찾는 '역수입'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홍콩 시장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2배(약 730억 원)'와 'CSOP 삼성전자 2배(약 415억 원)' ETF가 대표적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품(KORU)도 인기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고변동성 상품 출시를 막고 있지만, 이미 투자자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해당 상품들에 노출된 이상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돈 벌면 세금 폭탄…고액 자산가·연금 개미도 '국장 탈출'
상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세제 측면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해외 상장 ETF에 직접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250만 원을 기본 공제해주고, 손익을 통산해 22%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과세가 종결(분류과세)된다.
반면 국내의 해외주식형 펀드나 ETF 투자 이익은 배당소득으로 간주된다.
손익 통산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9.5%의 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건보료 인상과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국장을 떠나 해외 상품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현상은 노후 자금을 굴리는 연금 계좌(연금저축·IRP)에서도 나타난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형 ETF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이 비과세되지만, 이를 연금 계좌에 담으면 추후 연금 수령 시 운용 수익으로 잡혀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 내도 될 세금을 내는 셈이라 연금 계좌에서 국내 주식을 기피하게 만든다. 반대로 해외 ETF는 연금 계좌 투자 시 과세 이연과 저율 과세 혜택이 있어, 연금 자금마저 해외 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품 규제와 세제 역차별을 해소해야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복귀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정치권 설득 여부다.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세제 개편은 법 개정이 필수적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별 종목 레버리지 허용은 투기 조장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에, 펀드 분배금 분리과세 도입은 부자 감세 논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금융투자업계 대표는 "청와대 정책실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상당히 오픈 마인드인 분위기였다"면서도 "다만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 실무 부처의 반대와 국회 입법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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