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27 [공동취재] sab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달러-원 환율이 연초부터 고공행진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극심해진 탓이다.
반도체 등 IT산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 기대가 커졌지만, 금융안정 리스크가 급부상하며 통화완화를 가로 막았다.
작년 말 정부의 고강도 대책과 실개입 등으로 원화가 빠르게 절상됐지만 연초 들어 달러-원 환율은 하락분을 되돌리며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은 전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상승해 약 50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흐름도 꺾이지 않은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황도 안심하기 어렵다.
반면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높이는 등 반도체 경기에 기댄 경기 회복 기대는 커졌다.
성장 전망이 밝아졌지만 고환율과 부동산, 물가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화완화는 금융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금통위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금리를 인하한 후 7월과 8월, 10월, 11월에 이어 5차례 회의 연속 금리를 묶었다.
◇ 고강도 대책·실개입에도 꺾이지 않는 환율
이번 금통위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금융기관 25곳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화면번호 8852)에서 참가자 전원이 동결을 전망했다.
작년 11월 금통위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환율이 재차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고,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도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금리 동결을 점치게 한 배경이다.
당시 달러-원 환율은 한때 1,430원을 하회하기도 했으나 매수 쏠림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됨에 따라 최근 1,470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특히 이번에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신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 출시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수급 대책을 발표하고 실개입에 나섰음에도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열린 심포지엄의 영상축사에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현상 해소를 위해 단기적 시장 대응 및 수급 개선 노력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환율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열린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높아진 환율이 시차를 두고 다양한 품목의 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2.3% 올라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같은 달 수입물가는 원화기준 전월대비 0.7%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지난 11월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 발표된 주간(1월 5일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8% 상승했다. 직전주 0.21%에 비해 둔화했지만 48주 연속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은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는 아직도 꺾이지 않은 셈이다.
◇ 길어지는 통화완화 휴지기…올해 인하 가능성 있나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물가 및 성장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방향이 여전히 완화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시점은 하반기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기저효과로 인해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높을 수 있겠지만, 하반기 이런 요인들이 소멸되면 경기 부양 필요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변수가 단기간 내에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분간 통화정책에 대해 중립 스탠스로 돌아설 여지가 큰 상황에서 향후 경기 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추가 인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부근인 1.8%로 예상한만큼 아웃풋갭도 하반기로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후까지 동결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창용 총재는 신년사에서 반도체 등 IT 부문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에 따른 부문간 회복 격차, 체감 경기와의 괴리 등 'K자형' 성장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처럼 경제 회복의 양극화를 통화정책 완화라는 '무딘' 도구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관련해 한은은 앞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 운용 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통화정책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