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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어프로치] 지주 회장 물갈이?…금감원은 뭘 원하나

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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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배구조에 답이 없다는 사실만이 정답이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보다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구축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어차피 답이 없기에 정답을 찾아 과격하게 접근하면 할수록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그만큼 지배구조는 선한 의도에서 접근해야 완성형에 근접할 수 있는 예민한 이슈다. 권력자의 시각에서 '타깃'을 내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읽히는 순간, 본래 취지와 상관없이 끝은 무너지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주사 지배구조를 가리켜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직후 급물살을 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이 특정 인물을 내보내기 위한 작업이라 의심받는 이유는 과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정권이 바뀌거나 감독수장이 교체되면 금융당국은 거쳐야 하는 의식처럼 5대 금융지주를 주기적으로 돌면서 지배구조 문제점을 들췄고, 물갈이를 시도했다. 대부분 '떠날 때를 알고 물러난다'며 아름다운 퇴장으로 포장해 연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침묵한 채 돌연 사임했다.

끝까지 버틴 자도 있었다. 물론 버틴 회장도, 회사도 금감원의 검사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금융감독 수장이 지배구조를 논하지 않으면 금융에 관심이 없거나 힘이 약한 인물로 여겨지게 됐다. 지배구조 푸닥거리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허니문' 기간처럼 여겨지게 됐다.

금감원은 전일 국내 8대 금융지주사 전체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회장 연임을 결정한 일부 금융지주에서 전방위로 대상을 넓힌 것으로 보이지만 '타깃'이 명확한 지배구조개혁이라는 의심은 여전하다.

금감원이 부적절한 지배구조 관행 예시로 열거한 사례는 공교롭게도 회장의 연임 이슈가 비교적 최근 불거진 지주 및 은행들로 최근 금감원 검사를 마쳤다. 금감원은 빈대인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BNK금융 검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내·외부 후보군 대상 후보 서류접수 기간이 실제로는 추석 연휴 등으로 5영업일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지배구조가 건전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금융이 2024년 회장 후보 1차 명단(롱리스트) 확정 직전 이사의 재임 가능 연령(만 70세)을 명시한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변경한 것은 함영주 회장에게 유리한 적절치 못한 개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민간금융회사가 내부 규범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이사들의 합의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당국이 주관적인 잣대로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친 '사후 제재'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경영 개입' 신호로 읽히는 건 지나친 걱정일까.

이찬진 원장이 가장 자주, 강도 높게 언급한 건 지주 회장들의 연임이다. 이 원장은 "(지주회장이) 연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많다" "너무 연임을 하시다 보면 6년을 기다리는 분들은 골동품이 된다"며 노골적으로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 원장의 말을 빌려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참호를 구축해 연임을 했다면 분명 개선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이 6년이라는 구체적인 기간을 언급하고 '욕심' '해 먹는다'라는 표현으로 연임 자체를 부정한다면 시장에 왜곡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무조건 금융지주 회장은 연임하면 안 된다' '하더라도 한 번만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그 자체가 이사회를 무력화시키고 레임덕을 야기해 오히려 지배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사회와 주주가 인정할 만큼의 경영성과를 낸다면 연임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평가도 존중받아야 한다.

금융권에선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 후 사실상 처음으로 칼을 빼 들었으니 폭풍우가 몰아쳐야 끝날 것이라고들 한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이전 누군가 한 명이 스스로 물러나야 그나마 빨리 끝나지 않겠느냐는 '웃픈' 얘기까지 나온다. 조만간 국민연금이 금융지주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의 특별점검만으로는 당장 변화를 끌어낼 명분이 약하니 금융지주 주요 주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면 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8.56%)·하나금융(8.68%) 신한금융(9.10%) 우리금융(6.68%)의 최대 주주이며 BNK금융(9.07%)의 2대 주주다.

금감원은 왜 주기적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흔들까. 기강 잡기인가, 전임 정권에서 선임된 인사들의 물갈이인가. 지주 회장 한두 명이 퇴진한다면 해결될까. 금감원은 진정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거버넌스 건전성을 위해 시작한 개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발언이나 소몰이식 검사는 오히려 자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금융부 이현정 차장)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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