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세를 막으려면 기준 금리인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5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해 달러 매수 심리를 반영했다.
이는 새해들어 미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성장률 격차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영향을 줬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춤해지더라도 미국 경제가 강하게 유지될 경우 달러가 크게 약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권용오 한국은행 국제국 팀장은 전일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 외환시장운영협의회가 중구 은행회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외환시장 환경변화와 정책과제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에 대미 투자 협정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가 가세한 상황"이라며 "일방적인 환율 기대가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도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한은은 이번 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방향에서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두되 추가 인하 여부, 시기 결정" 문구를 삭제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높아진 환율이 상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 가격 및 가계부채, 높은 환율 변동성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 자체는 크지 않지만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 약세 구도를 바꾸려면 금리인상을 열어둘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일 심포지엄에서 "역대 최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한미 금리차 역전과 고환율 지속, 가계부채 문제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달러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점도 한미 금리차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3.5~3.75%인데 한국 기준금리가 2.5%에 그치면서 원화 예금보다 달러 예금이 더욱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달러 예금의 경우 환전수수료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금리 수준만 놓고 보면 달러 예금이 유리하다는 인식도 크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외화예금은 1천35억5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7억1천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달러 예금이 19억6천만달러 증가했다.
개인 외화예금도 4천만달러 증가했지만 기업 외화예금이 16억7천만달러 늘었다.
다만, 달러 선호에 따른 고환율에도 과거처럼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미국 달러 예금 금리가 우리나라 원화 금리보다 높으니까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달러 예금이 빠져나오게 하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달러 외화예금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외화 금융상품 판매에도 제동을 거는 양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외화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및 이벤트 자제를 주문했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고환율 해소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환율 만을 이유로 향후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환율 상승은 단순 금리 수준보다 한미 잠재성장률 격차 확대,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가 주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2%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긴축 전환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며 "내수 여건은 여전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은 환율 안정이라는 편익보다 경기 하방 압력이라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라며 "고환율 대응의 핵심은 수급 쏠림 완화 등 단기 변동성 관리와 성장 잠재력 확충에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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