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겨냥 '재수출 반도체'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
백악관 "광범위한 반도체 관세 부과할 수 있어"
여한구 "산업부·업계와 협업하며 영향 분석 중"
(세종=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미국 워싱턴 D.C.에서 디지털 규제 관련 아웃리치를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돌연 귀국을 미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들어왔다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며 '반도체 관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여 본부장은 현지에서 미 정부 동향과 국내 기업 영향을 파악하는 등 반도체 관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유니온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15 min22@yna.co.kr
여한구 본부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해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했다"며 "원래 오늘 밤 비행기를 타려다가 하루 더 (워싱턴에) 묵으면서 진상 파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세 관련 포고문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 묻는 말에 대한 답이다.
여 본부장은 "아직은 면밀하게 (포고문과 행정명령을)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산업통상부) 본부, 업계와 협업하면서 지금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워싱턴 현지에서 추가로 파악하고, 또 (관련 인사를) 만나야 할 부분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하루 정도 더 있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 같이 미국으로 수입됐다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향 엔비디아 칩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전량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수입 후 재수출' 절차를 거쳐 중국으로 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다면서 판매액의 25%가 미국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H200를 가리켜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수준의 칩이다. 중국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도 덧붙였다.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작년 12월22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상무장관은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그리고 관련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규모와 조건으로 수입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된 특정 반도체가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반도체 파생 상품의 국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포고문에 명시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만 하고 실제 도입하진 않은 반도체 관세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실제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과의 관세 협상 내용이 담긴 팩트시트에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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