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권용욱의 파노라마] 파월 지지 성명도 못 내는 BOJ 현실

26.01.15.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을 비롯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기소 압박을 받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일본은행(BOJ)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BOJ가 선진국 수준의 중앙은행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BOJ는 전통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998년 시행된 일본은행법에 따라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명문화됐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정부와 BOJ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2% 물가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중앙은행의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독립성 훼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미경제연구소(NEBR)는 지난 2009년에 발간한 '일본의 대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8년 일본은행법 개정으로 BOJ는 자체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정책 변경은 재무성(그리고 총리)과 협상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BOJ 총재가 정부에 반대해 자신의 직위를 걸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일본 방식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본 경제가 처한 현실이 BOJ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압력이 되기도 했다. 초저금리 환경 속 경기 부양 과정에서 BOJ가 기존의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정책 영역에 더욱더 의존하게 됐다.

BOJ가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위험 자산 매입 등 전통적으로 은행의 권한 밖이라고 여겨져 온 조치에 대해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본 경제학자이자 BOJ 이사를 지낸 스다 미야코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은행 ETF 매입처럼 정부 승인이 필요한 정책이 늘어난 것이 우려스럽다"며 "통화정책이 일반적인 은행 업무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은 경제가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할 때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파월 의장에 대한 공동 성명 서명 여부에 대해 BOJ는 정부와 비공식적으로 협의했으나, 정부 쪽에서 성명 발표 시점까지 확답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부에서는 BOJ가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다카이치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과시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다음 달 조기 초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일련의 상황에 작용했을 것이란 뜻이다.

미야코 전 이사의 예상대로 일본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BOJ의 독립성 논란은 더욱더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본 엔화는 약세 흐름이 확대되고, 장기 금리는 초장기물 중심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에 따른 재정 적자를 시장이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중앙은행의 목표보다는 정부의 재정정책 목표에 지배되거나 종속되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논란과 함께 BOJ의 관습적인 정부 의존성은 계속해서 시장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 기자)

일본은행(BOJ)

ywkwon@yna.co.kr

권용욱

권용욱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