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높아진 환율 수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5일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 결정 과정에서 환율이 중요한 판단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초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로 달러-원 환율이 한때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올라와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국민연금을 제외한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다시 빠른 속도로 늘어난 점이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말과 연초에 시행된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선, "환율이 다시 올랐다고 해서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외환시장의 약점을 점검하고 구조적 요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 12월 1,480원대까지 급등했을 당시 개입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1,420원 이후의 급등은 달러 인덱스 등 글로벌 요인과 무관하게 우리만 홀로 절하되는 모습으로,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당시 상황을 두고 "한국 경제와 원화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조짐이 있었고, 이를 방치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안정화 조치 이후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상승한 과정에 대해서는 전체 상승분의 약 4분의 3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요인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국내 요인에 따른 움직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급 측면에서 국민연금과의 공조를 환시의 주요 변화로 꼽았다.
그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거시경제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협조를 요청했고 수급을 조정해달라고 했다"며 "복지부와 국민연금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매도하며 역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 자금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유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증권 투자 자금은 1월에도 지난해 10∼11월의 고점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 절하 기대가 아직도 시장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특정 집단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형성된 압력과 기대를 설명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투자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서 수급 쏠림과 환율 절하 기대를 완화하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 약세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어떤 모델을 쓰더라도 1,480원대 환율은 한국의 펀더멘털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은 학자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베선트 장관이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도 현상을 설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의 영향에 대해 "해외투자를 한쪽은 환율 상승으로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서민과 내수 기업, 수입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면서도 "과거 금융위기처럼 외화 조달이 막히는 상황은 아니며, 대외자산이 충분해 금융위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환율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며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이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재는 현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은 매달 바뀌겠지만 부족하다는 우려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만약 우리가 고정환율로 가거나 외채가 많으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채권국이다. 지금 외환보유액은 펀더멘털을 감안해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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