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학개미 달러 수요 얼마길래…외환당국, 9시 환전 물량에 '현미경 감시'

26.01.16.
읽는시간 0

"개장 직후 환율 급등 주범은 증권사?"…당국, '고객 전가' 관행 뜯어본다

이창용 "장기 구조개혁 주장만 하는 게 맞나"…단기 대응 불가피론 역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등 외환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의 대미 주식 투자 관련 환전 수요에 대해 전례 없는 강도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환시 개장 직후 쏟아지는 증권사들의 달러 매수 주문이 시장 가격 발견 기능을 훼손하고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현미경 감시'에 돌입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주요 증권사들로부터 매일 개장 전, 밤사이 발생한 환전 수요를 보고받고 있다.

규모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장 후 실제 체결되는 달러 매수 수량이 사전에 증권사가 보고한 '고객 결제 수요'보다 과도하게 많을 경우, 해당 증권사와 소통해 매수 사유를 묻는 등 강도 높은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장 초반에는 무조건 산다…공식이 환율 상승 불렀나

당국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장 초반 달러 매수를 집중시키는 '통합증거금 제도'가 있다. 이는 야간에 발생한 고객들의 해외주식 매매 내역을 상계한 뒤, 부족한 외화 금액만큼을 다음 날 아침에 환전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밤사이 확정된 서학개미들의 결제 대금을 증권사들이 다음 날 개장 직후에 한꺼번에 사들인다는 점이다. 당국은 이러한 증권사의 기계적 매수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등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증권사가 통합증거금 정산을 위해 장 초반 '무조건' 달러를 사야 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매도 호가(오퍼)를 평소보다 높게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심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간밤 글로벌 달러 약세 재료가 있어 원화가 강세를 보일만한 날에도 개장 직후 증권사 매수세로 환율이 오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펀더멘털 부진으로 오해할 수 있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도 전일 브리핑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원화를 팔다가도, 개장 이후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니 다시 달러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선다"며 "국내 수요가 역외 거래 행태까지 끌고 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싼값에 사서 고객에겐 비싸게?…소비자 보호 정조준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이다.

당국은 일부 증권사가 고객에게 불리한 방식의 환율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고 있다.

증권사가 매입 평균 단가나 선입선출 방식이 아닌, 마지막에 체결된 '가장 비싼 환율'을 기준으로 고객에게 대금을 청구하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는 "증권사가 환율을 끌어올린 뒤, 선입선출이나 평균단가가 아닌 가장 마지막에 체결된 '가장 비싼 환율'을 일괄 적용해 고객에게 넘기는 경우가 포착됐다"며 "이렇게 되면 증권사는 저가 매수분의 차익을 챙기고, 고가 매수분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증권사의 개장 직후 실제 체결량이 사전에 보고된 '고객 결제 수요'를 과도하게 넘어설 경우, 매수 사유에 대해 소통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환율 장사' 꼼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미시적인 개입이 시장 자율성을 해치고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항변했다.

이 총재는 "당국이 단기 수급 요인에만 신경 쓰고 근본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원인과 결과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중앙은행 총재가 환율 급등기에 '체력을 기르고 구조조정을 하면 해결된다'는 말만 하고 나가는 것을 원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장기 대책과 함께 단기적인 쏠림을 막는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정책 담당자의 임무"라며 "단기 대책을 쓴다고 해서 장기 대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강도 높은 모니터링이 제도 개선으로도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지영 차관보도 전일 브리핑에서 거시건전성 대책을 언급하며 제도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아침 쏠림 현상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kslee2@yna.co.kr

이규선

이규선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