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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채권시장만 볼 수 없다"는 이창용

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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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본 손해는 죄송하지만, 통화정책은 채권시장 투자자만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불가피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밝혔던 '방향 전환'의 배경을 밝혔다.

금리 인하 전망으로 과도하게 쏠렸던 서울 채권시장에 '일종의 조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 입장에서 한쪽으로 쏠림이 있을 때 경고를 안 줄 수 없었다"며 "현 금리 수준은 더 이상 과도하게 금리가 인하할 거라는 기대가 사라져 정상화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월 이 총재의 외신 인터뷰로 채권시장은 한 해의 수익을 대부분 반납하는 등 혹한기를 겪었다.

갑작스러운 이 총재의 '방향 전환' 표현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결론적으로 이후 각국의 금리 인상 기류가 드러나면서는 이 총재의 경고가 일견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제는 속도다. 불과 지난해 10월 금통위만 해도 금통위원 6인 중 4인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11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동결 및 인하 전망이 3 대 3으로, 이어 전일 금통위에서는 5대 1로 확 바뀌었다.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이 총재가 지난해 11월 금통위 전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시그널을 줬다고 했지만 불과 몇 주 전인 10월 금통위에서는 추가 인하 가이던스를 상당 부분 열어뒀다"며 "금리 동결과 인상 가능성을 떠나 한은이 잘못된 가이던스를 주는 것에 대한 소통을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가이던스가 시장의 나침반이 아닌, 변동성을 키우는 노이즈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과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등 한은이 고려해야 하는 금융안정 리스크는 복잡다단하다.

급변하는 대내외적 변화에, 통화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의 상황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통화정책의 우선순위가 환율로 이동한 환경에서 올해 채권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이 예고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도 이를 가중하고 있다.

급부상한 환율 부담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지만, 채권시장 불안도 나라 살림에 상당한 비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통화정책이 채권 투자자만을 고려할 순 없겠지만 채권시장 안정도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당국은 국고채 발행 부담을 WGBI 편입발 외국인 투자자 유입으로 상쇄하려는 듯한데 이 효과가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이미 금리 인하를 안 하겠다고 못을 박은 터라 먼저 살 투자 유인이 옅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크게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가져가면서 국고채 금리는 하향 안정화한 후 국고채를 발행하는 게 국가 조달 금리 절감 측면에도 나을 텐데 그런 부분은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월 금통위가 도리어 한국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앞선 딜러는 "반면 미국 인하 국면으로 한미 금리차가 줄어드는 국면에 환율을 고려한 금통위가 채권시장엔 인상 우려를 자극해 금리 상승을 야기했다"며 "결국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환율을 막을 대책이 없다는 모습으로 비쳐 금리 상승 기대를 갖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율에 대한 당국의 시급성이 두드러진 것에 비해 금통위 후 실익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이 환율이라고 강조하면서 외환 시장에 방점을 뒀지만, 간담회 직후에도 달러-원 환율은 꾸준히 올라 장중 1,473.40원까지 상승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이 총재가 금리를 계속 올리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나가려는 현상이 생기면서 환율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 간담회 후 그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은이 인상에 거리를 두긴 했지만, 환율을 잡기 위해 이렇게 매파적 스탠스로 바꾼 게 적절한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경제부 시장팀 피혜림 기자)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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