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위험 관리 수단 확충 취지지만…투자자 보호엔 취약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정부가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개인용 선물환 거래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하지 않고도, 선물환 매도를 통해 향후에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환위험 관리 수단을 확충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수요에 원화 약세를 기대하는 심리가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쏠림이 가수요를 불러와 환율 상승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해 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주요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과 만나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선물환 거래는 현재 시점에서 약정한 가격으로 외화를 미래 시점에 사고팔기로 계약하는 거래를 말한다. 주로 전문 운용역이 시장에서 환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
다만 파생상품 특성상 선물환 계약에 상당한 투자 위험성이 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만일 정부의 도입 취지대로 개인이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한 뒤 환율이 크게 상승할 경우, 손실 한도를 초과하면 마진콜이 발생한다. 이때 증거금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기존 해외주식 매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개인이 선물환 거래를 받아주면 투자자 보호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며 "파생상품 특성상 똑같이 증거금을 받아야 할 텐데 증권사와 개인 사이에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인의 해외투자 잔액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환율 급등시 시장에 수급 충격도 상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1천717억 달러에(약 249조 원) 이른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큰 만큼, 개인이 파생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위험 노출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용 선물환 도입을 위한 실무 과제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개인용 선물환이 활성화하려면, 증권사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주문 시스템을 통해 해외주식을 매수할 때 선물환 만기와 약정환율을 연계한 헤지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적정 가격을 제시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상품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 개인이 선물환 매도를 할 경우 정산 시점에 적용받는 환율이 현물환 환율보다 낮게 책정된다. 전일 기준 3개월 만기로 계산하면 스와프포인트(-4.55원) 만큼 낮은 가격에 외화를 팔아야 한다.
사실상 일반 투자자는 금리 차로 인해 감수해야 할 비용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물환 매도를 시작 단계부터 손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선물환은) 파생상품이라서 개인이 위험을 수용해야 하고, (환율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위험까지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해외투자를 선물환으로 헤지할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환차익까지 얻으려는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선택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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