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토큰증권(STO)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제화를 추진한 지 3년 만이다. 그간 규제 공백 속에서 실험적으로만 운영돼 온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367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
다만 실전 무대가 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토큰증권 제도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자증권법에서는 토큰증권 방식의 발행을 허용했다. 분산원장의 개념을 정의하고, 분산원장을 증권계좌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토큰증권 방식으로 활성화될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했다. 투자계약증권은 사업에 투자해 그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법상 증권의 한 종류다.
토큰증권의 본질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있기에, 증권에 대한 제도도 그대로 적용된다.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곳만 토큰증권 중개 영업을 할 수 있고, 공모 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도 진다.
법안 통과로 거래 질서와 규칙을 관장할 제도적 틀은 완성됐지만, 시장 안착의 관건은 유통 인프라의 작동 여부다. 발행 이후 자산의 거래와 가격 형성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토큰증권 시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문제는 이 유통 인프라가 아직 가동 준비 단계조차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에 대한 인가가 나오지 않아서다. 당초 연말까지 사업자를 결정하고, 선정된 곳이 올해 본격적으로 인프라 준비에 돌입했어야 하지만, 인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정 전반이 뒤로 밀린 상태다.
갑작스러운 '공정성' 논란에 이번 주 최종 발표가 나올 것이란 업계의 기대도 빗나갔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꾸린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들과 함께 유통 사업 도전장을 낸 루센트블록 측이 이를 문제 삼았다.
루센트블록은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 온 스타트업을 배제한 채 사업자를 정하는 건 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간이 일궈낸 혁신의 과실을 가로채는 '무임승차'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유통 인프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혁신의 공로와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은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일 뿐, 영구적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종료되고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에는, 모든 사업자가 동일한 인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원칙이다. 당국이 인가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는 시장의 건전한 작동 여부다. 운영 역량과 생태계 전반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토큰증권 시장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인가를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에는 60곳이 넘는 증권사, 조각투자 사업자 등이 힘을 합쳤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중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시장 개설을 목표로 한 만큼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
지난해 9월 이미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2곳에만 내주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고, 평가 방식도 사전에 안내됐다. 모든 절차를 거친 만큼 업체 반발을 이유로 결론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로 그릇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시장이 작동하려면 유통 인프라 구축과 투자자를 끌어들일 상품 개발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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