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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의 뷰포인트] 노동의 종말

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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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기술진보는 더 이상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던진 화두가 30년이 지난 현재 섬뜩한 현실로 다가왔다. 자동화와 정보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면서 실업이 구조화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가 피부에 와닿는 실재(實在)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나타난 노동시장의 변화는 리프킨의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급진적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리프킨이 상정한 기술혁명은 공장자동화와 사무자동화였다. 로봇은 조립공정을 대체하고, 소프트웨어는 반복적 사무를 줄였다. 핵심은 '손과 발의 대체'였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촉발한 변화는 차원이 다르다. AI는 노동의 외곽이 아니라 사고의 중심부로 침투하고 있다. 기획과 분석, 글쓰기, 코딩, 심지어 판단의 영역까지 AI가 수행하거나 보조하는 시대다. 이는 생산성 향상을 넘어 화이트칼라 노동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드는 변화다.

이 급진성은 해외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확대와 비용 구조 재편이 맞물리며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해고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침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부 현장에선 AI를 개발하던 엔지니어들이 자신이 만든 도구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IT 업계의 신입 개발자 채용공고는 급감했고, 작년 정보통신업계 전체 채용에서 신입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기업들은 더 이상 '잠재력'을 이유로 사람을 뽑아 키우려 하지 않는다. 즉시 성과를 내지 못하면 AI로 대체할 수 있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고용 한파가 아니라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모든 노동은 "이 직무를 꼭 사람이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원은 살아남기 위해 AI를 끼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앞으로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직무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속도다. 리프킨이 예측한 자동화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변화였다. 제도와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AI는 1~2년 단위로 직무를 재정의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가 인간이 숙련을 축적하는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AI 시대는 기존의 산업혁명과 차원이 다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일하는 존재'로 정의돼 왔다. 노동은 생계의 수단이자, 사회적 지위의 근거였고, 개인의 정체성이었다. 학교는 노동을 준비하는 곳이었고, 복지는 노동의 실패를 보완하는 장치였다. AI 시대의 노동 붕괴는 이 연결고리를 하나씩 끊어낼 것으로 보인다.

노동의 종말을 예고하는 AI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노동이 없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소득을 올릴 것이며, 직무가 줄어든 시대에 어떻게 교육할 것이며, 현존하는 직무에서 대체된 인력들은 어떻게 재교육할 것인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입체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노동 이후의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총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교육에서부터 복지, 소득분배, 인간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가 동시에 요구된다. AI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무엇으로 사회에 참여할 것인가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급진적 변화를 전제로 한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다. (국제경제부 선임기자)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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