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은 현재 미국의 소비가 변동성이 큰 주가와 고소득층 지출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 급락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희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16일 발표한 'BOX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고용 측면에서 가계 구매력이 훼손될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잠재해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연율 3.5%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연중 1∼3분기 소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2.8%로 장기 평균을 웃돌았다.
다만 한은은 이러한 소비 호조가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엔 취약할 수 있다며 소비 심리, 가계구매력, 계층간 양극화 등 요인을 들어 분석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2025년 들어 빠르게 하락해 고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역사상 가장 낮았던 지난 2022년 6월 수준에 근접했다.
또 다른 심리지표인 컨퍼런스보드 지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비관적이지만, 2025년초에 비해 역시 상당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과장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고물가와 양극화로 가계의 '지불 여력 위기(Affordability Crisis)'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소비 호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 호황의 수혜 속에 미국 가계의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점차 미국의 소비는 고소득층으로 편중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자산 분배구조상 소득 상위 20%가 가계보유 주식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저소득 가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와 이자상환 부담에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고, 저소득층 소비 비중이 높은 필수재의 경우 2024년 이후 누적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이자 부담은 2021년 대비 2.2배로 늘어나 고소득층 1.7 배를 큰 폭 웃돌았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초과 유동성과 주식시장 호황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됐지만, 저소득층은 높은 물가와 이자 부담으로 재무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비 여력이 고소득층에 편중되는 'K자형 소비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가 급격히 조정될 경우 고소득층의 늘어난 소비가 되돌려져 소비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은은 "고소득층은 내구재와 여행·외식 등 변동성이 큰 비필수 소비 비중이 높아, 자산가격 하락 시 소비를 빠르게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또 주가가 약 10% 하락할 경우 연간 소비 증가율은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치지만, 닷컴버블 붕괴와 같은 30% 내외의 주가 급락이 발생하면 소비 증가율은 1.7%포인트까지 비선형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에는 고용과 주택시장이 양호해 충격을 일부 흡수했으나 현재는 고물가 환경 속에서 고용과 주택시장 모두 둔화되고 있어 가계의 완충 여력이 제한적인 점도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이 경우 외부 충격이 경기 전반의 급락으로 전이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이어 "우리 경제도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및 가계 수요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거시적 확장 효과에 가려 미국 경제의 잠재적 취약성을 증폭시키지 않는지 앞으로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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