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수급·가격 안정적
美, 이란사태 관세·군사 개입 가능성…'최악' 치달을 수도
이란 의회, 작년 해협 봉쇄 의결…유가 '껑충'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정필중 기자 =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 격화 등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두 나라는 '세계 5대 산유국'에서 속하는 오일 강국이다. 석유 매장량 기준 베네수엘라가 세계 1위, 이란이 세계 3위다. 자칫 '제3차 석유파동'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국제 정세에도 국내 시장은 조용하다. 석유 제품 가격도 유의미한 수준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이들로부터 수입해오는 원유가 '제로(0)'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변수'가 남아있다. 이란 사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는다. 국내 정유업계와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
18일 정유업계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에 따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우선 수급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원래 들여오던 물량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두 나라가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네수엘라 원유의 경우 2004년 이후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다. 이란산 원유 역시 2020년 수입을 중단한 뒤 계속 같은 기조를 이어오는 중이다.
미국이 2018년 말 대이란 제재를 재개,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우리도 발을 맞췄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중동에서 오지만, 이란산은 전무하다.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OPEC 회원국 물량이다.
이 밖에 미국에서 20% 내외,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나머지를 들여오고 있다.
◇국내 가격 영향 제한적…석유제품 가격 '안정'
베네수엘라·이란 사태에 따른 가격 영향도 제한적이다.
통상 유가가 오르려면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주는 등 수급에 차질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석유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일평균 380만 배럴의 원유가 남아돌고 있다.
물론 주요 산유국에서 이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국제유가가 들썩거리긴 한다.
하지만 이는 일시·단기적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인 수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국제 정세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지난 6일 배럴당 60.7달러에서 13일 65.5달러로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작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휘발유는 작년 12월 중순 리터당 1천700원대 중반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초반으로 떨어졌다. 경유 가격 역시 리터당 1천600원 미만으로 내려오며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베네수엘라, 생산 점유율 1%…수급·가격 영향 미미
변수는 있다. 이란 내 혼란이 국경을 넘어 중동 전역의 분쟁으로 확산하는 경우다.
특히 관세와 군사 대응 등 미국의 개입이 현실화한다면,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네수엘라 사태와 이란의 상황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은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중동에 위치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1위'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수급과 가격에 끼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천32억 배럴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생산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미국(18.3%)과 러시아(12%) 등 다른 생산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제재로 오래전부터 수출길이 막힌 데다, 인프라 붕괴로 생산 역량이 크게 악화한 결과다. 한때 일일 생산량이 350만 배럴에 달했지만, 현재는 10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란이 쥔 '해협 봉쇄' 카드…유가 150불까지 오를 수도
이란은 상황이 다르다. 지정학적 특성상 수급과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들 수 있다. 이란 앞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다.
이 길목을 차단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치명적이다. 이들이 수입하는 원유의 80%가 이 해협을 거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최대 100달러, 최악의 경우엔 15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전 세계 환율 불안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림3*지난해 비슷한 경험도 했다. 이란 의회는 작년 6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논의를 의결했다. 다만 이란 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당시 유가가 크게 움직였다. 5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평균 64.5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이란사태 발발 직후(6월 중순)엔 75달러에 근접했다. 이후 중동 리스크가 완화하며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에 국제 사회는 이란이 '봉쇄 위협'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봉쇄는 미국과의 군사 충돌 등 되레 상황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와 기업들은 현지 상황을 지속해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국내 정유 4사와 한국석유공사, 대한석유협회 등 관련 업계와 모여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정부와 업계,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가 국내 석유 수급과 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이란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어 예견하기가 어렵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jyoo@yna.co.kr
joongjp@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