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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망 재편] 중국에 몰아닥친 위기

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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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키우며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던 원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 "中 원유 수입원의 약 20%는 서방 제재 대상국"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중국 원유 구매자들에게 공포를 안기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이는 단순히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이란과 같은 더 큰 공급원에게도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 국가는 러시아로, 전체 수입량의 17%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4.9%, 이라크는 11.3%로 각각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말레이시아는 수입량 10.9%를 차지하는 데, 전문가들은 제재 대상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밀수되는 통로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지난 2020년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데이터 제공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약 39만5천 배럴로, 중국 해상 원유 수입량의 약 4%를 차지했다.

만약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한다면, 제재 하에 공급되던 저렴한 석유 공급로가 추가로 차단되는 셈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

데이터 제공업체 케플러의 쉬무유 선임 연구원은 "중국 정유사들이 일반적으로 중동에서 무엇인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더 높은 비용의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산 저가 석유의 흐름이 차단된다면 이란으로부터의 물량이 베네수엘라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중국 정유 부문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중국으로 공급되는 과정은 상당 부분이 '환적'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분석했다. '그림자 선단' 소속의 유조선들이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에서 중간 선박으로 석유를 은밀하게 옮기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의회 증언에서 "말레이시아의 대중국 석유 수출이 지난 2015년 하루 5천400배럴에서 2024년 하루 140만 배럴로 급증했고, 이는 말레이시아 국내 생산량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다운스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기타 서방 제대 대상인 원유가 2024년 중국 전체 수입량의 약 20%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 "중국 정유사들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컨설팅 업체인 에너지 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부문 헤드는 "베네수엘라 석유가 중국으로 계속 유입되더라도 미국의 개입은 중국에 '의미 있는 지정학적 전개'"라며 "미국이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무기한 통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대신해 원유를 시장에 '시세'로 팔고 수익금을 베네수엘라와 '나눠 갖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베네수엘라를 미국 석유 서비스 그룹들에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차이나 같은 중국의 국영 정유사들은 미국의 제재 이후 베네수엘라산 석유 구매를 대부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팟'(teapots)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은 이란과 러시아의 제재 대상 원유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산 석유 공급을 계속 받아왔다. 이들 업체는 중국 전체 원유 처리 능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국의 개입 리스크에 매우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5년 사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40만 배럴로 약 3배 급증했고, 이는 중국 전체 해상 선적량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브론즈 헤드는 "이란산 석유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은 모든 수입업자에게 우려할만한 사항"이라며 "중국은 현존하는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독립 정유사들은 저렴한 이란산 석유를 잃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브라질, 서아프리카와 같은 더 비싼 공급원을 찾아봐야 한다.

케플러의 쉬 선임 연구원은 "이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정유사들의 손실로 이어지면 업계에 격변을 일으킬 것"이라며 "그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많은 독립 정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격화 상황을 두고 최근 잇따라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중국은 무력 사용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란 정부에 힘을 실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15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유엔 헌장의 취지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국제 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에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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