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미국이 새해부터 베네수엘라를 공습한 데 이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중국의 주요 원유 공급처로, 미국이 이들을 타깃팅한 것은 중국에 대항한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미국의 개입 이유와 중국 원유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 유가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획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가운데, 이를 시작으로 올해도 에너지 패권 강화 노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 베네수엘라 공습 후 시장 장악 본격화
이란(1953년), 이라크(2003년), 리비아(2011년), 러시아(2022년), 시리아(2024년).
이들에 대한 미국의 공격과 경제 제재는 모두 석유 무역을 무기화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올해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첫 타깃이 됐다.
미국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군사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뒤, 현재는 베네수엘라 시장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전해진다.
우선 민간기업을 참여시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등 주요 석유사 경영진을 소집해 베네수엘라에 최소 1천억 달러(약 147조 원)를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 대금을 예치해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특별 계좌도 만들었다.
이는 직접 관리·운영을 통해 원유 자체뿐 아니라 원유 운송, 결제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아울러 최근엔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중국·러시아로 넘어가던 소위 '그림자 함대'의 유통망을 나포하고 해상 봉쇄했다.
이제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미국 걸프만 정유소로 우선 공급된다. 미 재무부는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거래에 대해서만 선별적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시장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현지 원유 생산량 회복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기업들이 보상받을 기회가 열렸지만,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시설 노후화와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실제 그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팀 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석유는 생산하기도 어렵고 시장에 내놓기도 쉽지 않다"며 "베네수엘라의 낡고 노후화된 석유 인프라가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기 시작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속내는 에너지 패권 강화·페트로 달러 수호
미국은 '마약 테러 척결'을 이번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의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 전략엔 본질적으로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던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를 다시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둠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약 3천억 배럴 이상으로,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라고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는 생산 시설 낙후로 지금은 생산량이 적지만,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될 경우 단기간에 공급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국제유가를 낮출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통한다.
이로써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오펙 플러스'(OPEC+)의 감산 전략을 무력화시키려는 미국 측의 포석이 깔려 있다고 풀이된다.
베네수엘라를 넘어 남미 지역은 미국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가이아나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묶어 범아메리카 에너지 연합을 형성하면 글로벌 가격 결정권을 쥘 수 있어서다.
또 미국은 에너지 패권뿐 아니라 위협받던 '페트로달러' 체제를 재건하고 글로벌 금융 통제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고도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나 암호화폐 도입 등을 시도하며 '탈달러화'를 꾀했다.
이를 겨냥한 듯 미국은 마두로 축출 군사작전 직후 "모든 베네수엘라산 원유 거래는 달러로 결제돼야 하며, 미 재무부가 관리하는 계좌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달 10일 선포된 행정명령에 따라,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모든 결제는 미국 달러로만 이뤄지게 됐다. 베네수엘라가 달러 결제를 피하기 위해 도입했던 암호화폐 '페트로'와 기타 가상자산 결제 시스템은 무력화됐고, 모든 에너지 거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 노력은 베네수엘라를 넘어 브릭스(BRICS)가 구상하던 '자원 기반 대안 통화' 전략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싱크탱크 지경학연구소(IOG)는 "브릭스 진영에 베네수엘라는 원자재 기반 탈달러화의 시험대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며 "베네수엘라라는 카드가 사라진다면 그들의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징적인 실험이 강제로 중단될 경우, 대안적인 에너지 결제 수단을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던 브릭스의 야망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이민재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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