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제 오를 만큼 오른 거 아닐까요? 앞으로 어떤 숫자를 제시해야 할지. 반도체가 종교가 됐어요"
'코스피 5,000'이 더 이상 상상 속 숫자가 아니게 됐다.
지난 16일 종가는 4,840.74다. 새해 들어 연일 신기록 행진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4,214.17에서 거래를 마친 코스피는 이달 내내 상승해, 14.87% 급등했다.
역대급 상승세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코스피는 현재 11거래일 연속 상승 중으로, 역대 기준으로는 세 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보다 더 길게 올랐던 구간은 1984년 2월, 2006년 4월, 2019년 9월에 불과하다. 시장의 기억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반도체 랠리 국면(지난해 9월) 역시 이번과 같은 11거래일 상승이었다.
차이는 속도다. 과거 연속 상승 구간을 비교한 한 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상승 구간의 누적 수익률은 14.9%로 집계됐다. 동일한 연속 상승일 수 기준으로 보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짧은 기간에 상승 폭이 압축되면서, 시장에는 기대와 함께 속도에 대한 경계심도 동시에 쌓이고 있다.
5,000까지 남은 건 단 160포인트. 지난 16일과 같은 상승세(43.19)가 매 거래일 반복된다고 하면, 단 나흘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다만 그만큼 현장에서는 복잡한 마음들이 오간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는 판매 채널의 지점 PB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지수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상승세의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현장 분위기는 차분함에 가까웠다.
"이제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니냐", "지금 고객들에게 어떤 숫자를 제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독보적이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밸런스를 조정할 타이밍이 아니냐는 고민이 오갔다.
고객의 심리를 좌우하는 벤치마크인 코스피가 이미 15%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단순히 '더 간다'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대형주 중심의 랠리 속에 중소형주가 소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35%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의 주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상품은 선택지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분위기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지금 주식을 팔고 나면 그 돈으로 뭘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반복됐다.
글로벌 증시로의 선회도 마뜩잖다. 단순 수익률만 보면 이달 코스피는 일본 닛케이, 대만 가권 등의 수익률을 압도 중이다. S&P500, 나스닥은 글로벌 증시 수익률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매니저 입장에선 주식을 줄인 뒤 대안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나쁠 게 없는 시장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시장을 떠날 만큼의 확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리기에도 부담스럽다. 연초 이후 브레이크 없는 상승이 만들어낸 경계심과 5,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포모가 교차하는 국면이다.
이런 망설임은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선뜻 베팅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자금이 '대기' 상태로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진입 타이밍을 재고 있는 투자자 예탁금만 92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 역시 역대 최고치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여름까지는 시간을 벌어볼 수 있을 듯하다"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증시 활성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여름부터"라며 "반도체를 이끈 이익성장 모멘텀을 기준으로 시장의 시선이 내년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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