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당국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수출업체들이 여전히 네고(달러 매도)를 주저하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으로 네고로 대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달러-원 환율 추이를 보면 다소 괴리가 있다.
19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지난 16일) 야간 연장거래에서 한때 1,469.30원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새벽 시간대에서 1,476.00원까지 반등하며 1,480원선을 위협했다.
은행권 FX딜링룸에서는 "수출업체들이 시황 및 전망 자료만 챙기고 정작 거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귀띰한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출업체들이 환율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옵션이나 계약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있다"고 말했다.
다만 B은행 관계자는 "수출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도 1,480원 중반대에서 상단이 막혔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같은 레벨에서 눌렸다"며 "당국이 고삐를 풀지 않으면 상단이 막힐 것이라는 인식은 다들 있겠지만, 현재 환율이 내리질 않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 FX실무자들도 회사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수출업체 대상 환율 세미나에 와서 보고서만 챙기고 실제 거래는 미루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수주대금이 들어오는 시점은 한참 뒤에 있다 보니 환헤지 비중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며 "특정 환율 전망을 전제로 전략을 조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달러-원 환율의 전망을 두고 하락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더 높은 레벨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에 외환딜러들 사이에서는 장중 숏포지션을 잡았다가도 숏커버·숏스퀴즈 등 손실을 감수하고 포지션을 청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C은행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1,500원이라는 숫자가 있는 것 같다"며 "가격이 조금만 저렴해지면 즉시 매수가 들어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펀더멘털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은 약 7천97억달러로 전년대비 3.8%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돌파한 수출 강국 대열에 올랐다.
다만 펀더멘털 개선이 즉시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시장의 중론이다.
펀더멘탈과 환율을 잇는 연결고리는 결국 '수급'인데, 현재로서는 그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들이 달러를 매도하기보다 은행에 외화 예수금 형태로 쌓아두면서 현물환 시장의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2개월 연속 불어나 약 7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 관계자는 "조달 시장 기준으로는 달러 유동성이 과잉 상태지만,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않으면서 외화 예수금만 과도하게 늘었다"며 "달러는 많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오지 않는 모습이 마치 서울 부동산과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든다"며 "지난해 연말 환율이 1,420원대까지 눌리자, '1,350원대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결국 반등했지 않았나. 기업에서는 '아직 환율이 내릴 때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6.1.16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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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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