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4년 5월 금융당국 수장들이 의기투합해 보험산업 대수술 메스를 들었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하며 수년간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보험업계의 반복되는 건전성과 신뢰도 문제를 손보기 시작했다.
당시 보험개혁회의는 10개월간 7차례에 걸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관련 이슈와 실손보험, 과당경쟁, 불완전판매 등을 포함한 74개 과제를 도출했다. 단순한 태스크포스(TF)가 아닌 '개혁'이라 이름 붙인 만큼 과거 일련의 제도 개선이나 정책 발표와는 규모와 속도가 달랐다.
상시체계로 전환된 보험개혁회의는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5세대 실손보험 상품설계기준 규정, 기본자본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 도입, 판매채널 책임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시행령 및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규정 변경 예고를 실시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현재 실손보험을 보편적이고 중증 의료비 중심의 적정 보장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급여 과잉진료 등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작년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19.3%로 작년(116.6%)보다 올랐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위험손실액)는 2조1천억원 수준으로 올해 실손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7.8% 수준으로 산출됐다.
또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 대해서도 수수료 1,200% 룰을 적용해 규제 차익을 해소하기로 했다.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업계는 해묵은 과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묶였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규제, 일명 '25%룰'이 완화됐다.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노후 자금으로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유동화 상품이 모든 생명보험사로 확대했으며,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도 도입했다.
이 밖에도 보험계약대출에 우대금리 항목을 새로 넣었고 날씨 지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 및 보험사 지배구조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보험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던 보험개혁회의가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금융당국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새로 만들어 이찬진 금감원장 직속으로 설치하고 모든 감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후적인 분쟁조정이나 민원 처리가 아닌 근본적인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에 매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최근 금감원은 고환율에 인기를 끈 달러보험에 대해 '환테크(환차익 실현)' 목적의 금융상품이 아니라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한 데 이어 달러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보험사 담당 고위 임원을 소집해 판매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연초부터 보험사들도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기업 문화로 정착하기 위한 행동강령 제정 및 결의대회 등을 열었다. 이러한 행동강령이 영업 일선까지 제대로 퍼진다면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민원 다발' 금융업이란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3분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총 민원 건수는 4천375건과 1만914건으로 직전분기보다 8.89%와 9.89% 증가했다. 이제는 소비자 보호라는 선언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보일 차례다. (금융부 이윤구 기자)
(서울=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9.29 photo@yna.co.kr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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