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새해 벽두부터 이란과 베네수엘라,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방산과 석유, 귀금속 등 '안전·전략 자산'을 대거 사들이는 모습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주요 투자 플랫폼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곳은 에너지 섹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해 과감한 군사 작전을 감행하면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장이 다시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하게 조업 중인 미국 메이저 석유사로 이번 군사작전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IG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셰브런의 거래량은 지난 3개월 평균치보다 20배나 폭증했다.
엑손모빌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베네수엘라를 투자가 불가능한 곳(Uninvestable)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이 기업의 베네수엘라 귀환 가능성에 베팅하며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기업 BP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
영국 주요 투자 플랫폼인 AJ 벨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개별 종목 2위는 BP다.
BP를 제치고 매수 1위를 차지한 종목은 담배 회사 임페리얼 브랜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투자자들이 담배주를 가장 안전한 '방어적 피난처'로 선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방산주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안보 정책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7년까지 미국 국방비를 50% 증액해 1조5천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강제 병합'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나토(NATO)의 존립 위기를 느낀 유럽 각국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방산주 매수를 부추겼다.
영국 방산기업 BAE 시스템즈는 1월 첫 주 거래량이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투자 플랫폼 인터랙티브 인베스터에 따르면, 1월 방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 주문 건수는 지난 12월 대비 29%나 늘어났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은도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매수세가 몰렸다.
영국 최대 투자 플랫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에서는 1월 첫 주 금·은 ETF 거래량이 평소보다 153% 급증했다.
이는 에너지(77%)나 방산(39%) 섹터의 증가 폭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IG의 크리스 보샹 수석 분석가는 "12월 상승장을 놓친 투자자들이 최근 은 가격이 조정을 받자마자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엠마 월 전략가는 "BAE 시스템즈 등은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이미 주가가 오를 대로 올라 '저가 매수' 기회는 거의 없다"고 조언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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