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차입 어려웠던 과거 외환·금융위기와 전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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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최근 외환자금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나면서 '환율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직접 등판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 국장은 19일 한은 블로그에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윤 국장은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가 매우 풍부하지만,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입 수요가 강해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최근 상황을 '풍요 속의 빈곤'으로 표현했다.
이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요즘 환율이 오르니까 달러가 없어지고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구하기는 과거보다 훨씬 쉽다"며 "달러는 풍부하다"고 강조한 점과 같은 맥락이다.
◇외화자금시장 달러 공급 확대…차익거래유인 축소
윤 국장은 최근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 자금이 매우 풍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가산금리(차익거래유인)가 크게 줄어든 것은 달러를 빌리려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외화자금시장에서의 대표적인 거래 방식은 원화를 담보로 주고 달러를 빌려서 사용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달러를 다시 돌려주고 원화를 받는 방식으로 '외환스와프' 거래다.
윤 국장은 "3개월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화를 빌릴 때 금리가 약 2.4%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릴 때 금리인 3.6%보다 낮으므로 달러를 빌려주는 사람은 빌려주는 기간에 적어도 그 금리 차이만큼의 이자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가 많아 달러 자금에는 미국과의 금리차 이상의 프리미엄 혹은 가산금리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즉 통상 달러를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현지 통화인 원화를 조달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금리인 스와프레이트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마이너스폭을 줄였으며, 현재 -4.60∼-4.70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약 0.60원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은 '금리 역전' 상태이기 때문에 음수(-)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금리가 더 높아지면 양수(+)로 전환된다.
스와프레이트 흐름만 보면 최근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 자금을 매우 쉽게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윤 국장은 이러한 상황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업들의 외화예금 적립 확대 ▲외국인의 채권투자 증가 ▲정부의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과거처럼 바로 매도하지 않고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외국인의 채권자금 유입 역시 상당 부분이 스와프 거래를 통해 달러 공급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 현물환시장에선 달러 '귀한 자산'
반면 달러를 실제로 사고파는 현물환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한·미 금리 격차, 해외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이후에는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해외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24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및 실개입에 따라 급락하기 직전 1,484.90원까지 상승했고 연고점은 4월 9일 1,487.60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 국장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외화예금으로 쌓이지만, 해외증권투자 자금은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외화자금시장은 풍부한데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가 부족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더욱 두드러졌고, 달러-원 환율과 달러화지수(DXY) 간 괴리도 확대됐다.
하지만 윤 국장은 최근의 환율 수준을 과거 외환위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매우 풍부해 달러자금을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현 상황은 달러 차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1997년이나 2008년의 외환·금융위기와는 분명 전혀 다른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달러 차입 자체가 어려웠고, 외화 조달 비용이 급등했지만 현재는 외화 차입 여건이 양호하고 외평채·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안정된 데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 자기실현적 위험…"수급 구조 개선이 관건"
윤 국장은 환율 상승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그것 자체가 외환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한은과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조치, 구두개입, 외환 수급 개선 정책 등을 통해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 국장은 "지난 2025년 12월 한국은행과 정부가 외환시장 구두개입 및 외환 수급안정화 조치 등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점을 고려한 단기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다"며 "이는 미 달러화와의 디커플링을 어느 정도 축소시킨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환율 안정의 핵심으로 해외투자 흐름 완화, 외환 수급 균형 회복, 국내 금융시장 신뢰 유지 등을 꼽았다.
특히 국민연금의 환헤지 운용,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추진 등은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수급을 개선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달러가 이동하는 방식의 변화로 환율이 높은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과 시장 신뢰가 유지된다면 현재의 수급 괴리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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