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위, 숟가락만 얹으려 해"…사사건건 부딪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기싸움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도 드러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 이후 금감원에서 논의 및 진행 방식을 놓고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초 금감원 주도로 TF를 구성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손질에 나서려 했으나, 금융위가 뒤늦게 TF에 합류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초 은행 부분 부원장보가 이끌고 8개 금융지주 및 학계 관계자 등으로 TF를 구성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킥오프할 예정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해 내년 1월 정도까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입법 개선과제를 도출하겠다"고 보고하며 금감원이 이슈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뒤 판이 커졌다.
금융위는 감독·권고를 넘어 법·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논의가 이뤄지려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사무처장과 금융정책과장 등이 합류하겠다고 했다.
자연스레 금감원 부원장보보다 급이 높은 금융위 사무처장이 TF를 주도하게 되는 상황이 되자, 금감원은 부원장으로 참석자를 바꿨다. TF의 실질적인 주체가 금감원임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TF 첫 회의를 며칠 앞두고 금융위는 참석자를 사무처장에서 권대영 부위원장으로 격상했다. 회의 장소도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위가 있는 정부서울청사로 변경했다. 결국 금융위가 첫 회의를 주도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먼저 꺼내 지배구조 화두를 던진 것도,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금감원인데 금융위가 마지막에 숟가락만 얹어 '공(功)'만 챙기려 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챙기는 이슈가 되다보니 금융위가 금감원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법 개정을 거론하며 성과를 돌리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 내부에선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직원들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금융회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애초 TF 첫 회의 참석자였던 은행연합회와 8대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하루 전날 돌연 명단에서 제외됐다.
금융권에선 업계가 첫 TF 회의에서 갑자기 빠지게 된 것도, TF 회의 직전인 14일 금감원이 돌연 8개 지주사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겠다 한 것도 금융위와 금감원 간 미묘한 신경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TF에 금융위가 중도 합류하면서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우려되자 금감원이 특별검사 결과로 향후 논의 쟁점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면서 "양 기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회의 석상에서 드러날 수 있으니 일단 첫 회의에서 업권 관계자들이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를 둘러싼 갈등이나 금융위 업무보고에 금감원이 불참한 것 등 최근 들어 양 당국이 사사건건 부딪치니 업계 입장에선 살얼음판 분위기"라며 "실세 금감원장의 등장으로 두 기관 간 자존심 싸움이 잦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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