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말한 '법령'은 한국 아닌 '해외 법령'…표기상 오해"
(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이 1,450원 선을 위협하며 고환율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정부가 법령에 따라 개인의 해외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려 한다'는 루머가 확산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증권사가 해외 주식 약관에 '법령에 따른 강제 매각' 가능성을 명시한 것이 발단이 됐는데, 확인 결과 이는 증권사의 불친절한 약관 표기와 시장의 과도한 공포심이 빚어낸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미래에셋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게시한 '해외주식 거래 유의사항'에서 비롯됐다.
해당 공지에는 "천재지변, 전쟁, '법령 및 규정' 등의 이유로 보유 주식이 강제 매각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 문구를 본 투자자들은 여기서 언급된 '법령'을 한국 정부의 「외국환거래법」 제6조(비상조치권·세이프가드)로 해석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전직 경제 관료들이 환율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 필요성을 언급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개인의 달러 자산을 뺏으려는 사전 작업 아니냐"는 공포가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증권사의 모호한 약관 표기에서 비롯된 오해로 확인됐다. 해당 조항이 명시한 '법령'은 한국 법이 아닌 투자 대상 국가의 '해외 법령'을 의미한다.
일례로 중국은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나 외국인투자 심사 제도 등에 따라 당국이 지분 처분을 명령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한다. 증권사는 이러한 불가피한 해외 현지 리스크를 고객에게 고지하려는 의도였으나, 표준 고지문과 달리 '해외'라는 단어를 누락한 채 '법령 및 규정'이라고만 적시하면서 마치 한국 정부의 조치인 것처럼 오해를 산 것이다.
이에 증권사는 '해외 현지의 거래 관련 법령 및 규정'이라고 명시하면서 해당 약관을 바로잡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표현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해외 법령 및 규정'으로 문구를 명확히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환율이 오르니 정부 압박으로 슬그머니 약관을 바꿨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문구는 이번 환율 급등기에 신설된 것이 아니라, 해외주식 서비스가 시작된 초기부터 존재했던 사항이었다. 2010년대부터 약관에 자리 잡고 있던 문구가 고환율 상황과 만나 '정부의 자산 통제'라는 공포 시나리오로 둔갑한 셈이다.
정부도 외국환거래법상 세이프가드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위기 때도 발동한 적 없었던 세이프가드(긴급조치권)를 쓸 일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증권부 이규선 기자)
과거 미래에셋증권 해외주식거래설명서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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