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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수급점검] 기업들 달러 팔기 시작했지만

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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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김지연 기자 = 외환당국이 지난해부터 수출업체 실무자와 임원진을 잇달아 소집하며 달러 매도를 적극 독려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본격적인 매도 시점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은 1,470원대에서 팽팽한 수급 공방을 이어간 가운데 이달 초부터 기업들이 일부 네고 물량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80원대가 단기 고점으로 굳어지면서 가격 상단에서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점차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달러 매매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출회되기 시작하는 네고 물량…'달러 본국 송금' 기대도

A은행 FX딜링룸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는 중공업체들이 당국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연말에 환율이 하락한 뒤 반등하는 과정에서 네고가 일부 출회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수출업체들도 환율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며 추정했다.

특히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화 의지에 더해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까지 원화의 과도한 절하를 우려하는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1,480원대 저항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환율 상단에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인 만큼 수출 대기업들이 주요 달러 매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안정 방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수급 조정을 언급한 데 이어, "대기업들도 가지고 있는 외환을 많이 가지고 들어와 그 문제도 해결됐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 유보금에 대한 '본국 송금'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 지원 방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전면 비과세 조치 혜택을 받게 된다.

현행 95%인 해외 자회사 수입 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100%로 상향 조정하면서 기업들이 해외에 유보해 둔 달러를 국내로 들여올 유인이 커지면서다.

이는 국내에 있는 모기업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에 이중 과세를 적용받지 않게 돼 과세 부담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말 분기보고서(연결 기준)상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3조원, SK하이닉스는 약 27조원, 현대차는 약 17조원, 삼성중공업은 약 1조4천억원 등을 나타냈다. 다만 달러 표시 유보금 비중은 공시 상 표시되지 않았다.

이중 달러로 보유한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시작하면 환전 규모가 상당할 수 있어 해당 물량이 현물 수급에 반영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단기간에 수급 반전은 어려워…"대기업·중소기업 엇갈린 행보"

다만, 외환당국의 '읍소'에도 기업들의 입장에선 단기간에 달러를 대규로 쏟아내긴 어려워 보인다.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인 하방 경직성을 나타낸 가운데 해외 투자 등으로 인한 수급 쏠림으로 고환율 구조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기업들의 달러 쌓기 기조가 단기간에 반전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쌓아둔 달러는 900억 달러에 다다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지난해 11월 외화예금 잔액은 884억3천만 달러로 전월 대비 16억7천만 달러 증가했다. 전년말 871억2천만 달러 대비로는 13억1천만 달러 늘었다.

국내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888억4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21억달러 증가했다.

A은행 관계자는 "지금 달러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방산·조선·반도체 업종일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은 꾸준히 달러를 사들이는 반면, 중공업체들은 작년 상반기에 달러를 꾸준히 팔다가 하반기에 환율이 반등하면서 손실을 본 뒤 전부 홀딩하거나 '스테이(stay)'하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사들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인해 달러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이 중심인 수입업체와 대기업이 중심인 수출업체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제시됐다.

외환당국의 관리 범위 안에 있는 대형 수출업체들은 당국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 수입업체들은 달러 매수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B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달러를 지금 매도할 필요가 없지만, 당국의 압박을 받는 대기업들은 요즘은 네고를 조금씩 내놓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C은행 실무자도 "중공업체 관계자를 만나보면 당국이 기업의 투자계획이나 환헤지 비율까지 세세히 묻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기업들은 대체로 정부 요청에 따라 달러 매도에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저희도 수입업체를 만날 때는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를 매수하라고 조언한다"며 "실제 거래 내역을 보면 특히 매수세가 강한 기업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당국이 개입했던 레벨에서 달러를 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더욱 저가 매수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syyoon@yna.co.kr

jykim2@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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