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증권가 이모저모] "시장은 시끌시끌해야"…커피하우스가 된 증권사

26.01.20.
읽는시간 0

AI로 생성한 17세기 영국 런던 커피하우스 이미지

(서울=연합인포맥스) ○…1680년, 영국 런던 왕립거래소와 가까운 골목에 문을 연 조나단 커피하우스(Jonathan's Coffee House). 이곳은 거래소에서 소란을 피워 쫓겨난 증권 브로커가 모여든 보금자리였다. 증권정보가 담긴 신문이 매주 두 차례 발행됐던 이 커피하우스에서 시장 사람들은 기사를 읽으며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는 증권을 거래했다. 커피향 가득했던 이 투자 커뮤니티는 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증권거래소의 모태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시장 전산화 전까지 이어졌다. 국내에선 1970년대만 해도 많게는 100명 이상의 증권사 대리인이 경쟁매매를 하며 거래소 입회장을 가득 채웠는데, 1980년대에 주식자동매매체결시스템 등의 가동으로 입회장이 비워졌다. 1990년대 중반 PC통신 서비스의 대중화 물결도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밀어냈고, 투자는 모니터 앞에서 하는 고독한 숫자 싸움이 됐다.

시끌버끌한 장터를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한 회사는 위불이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거래 플랫폼은 커뮤니티 혁명을 일으켰고, 글로벌 증권업계의 롤모델이 되었다. 뉴스·콘텐트라는 이야깃거리와 댓글창이라는 떠들 공간을 제공한 21세기판 커피하우스로 전 세계 투자자가 몰려든 것이다. 위불은 현재 미국·홍콩·호주·일본·브라질 등 12개 국가에서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증권사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중국판 네이버 종목토론방이었던 동팡차이푸(東方財富)가 2015년에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개 면허를 취득했다. 커뮤니티 기능으로 투자자 놀이터 역할을 했던 투자정보 사이트가 놀이터 겸 장터가 된 케이스다. 초대형 투자 커뮤니티인 동팡차이푸는 1천800만 명가량의 월간활성사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토스증권 등이 투자자 커뮤니티 형성에 앞장섰다. 토스증권 피드 탭은 다양한 논의와 유머, 한탄이 공유되는 장소다. 경쟁사 키움증권은 얼마 전 실시간 채팅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였다. 토스증권 출신을 대거 영입한 넥스트증권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하는 맞춤형 영상 콘텐트로 투자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앱 내 투자 커뮤니티에는 가짜뉴스 확산이나 변동성을 키우는 군중심리라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영국의 남아메리카 무역을 전담한 남해회사 주가에 거품이 만들어질 때 커피하우스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뿐인 싸움터가 아닌 시끌시끌한 장터'라는 시장의 사회적 본성을 디지털로 복원한 증권사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의 앱은 출퇴근길에 들르게 되는 커피하우스 같다. (증권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서영태

서영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